지주회사 감사보수가 일반 기업보다 낮은 이유는
연구결과, 보수 20~30% 낮게 추정
감사 복잡성 낮고, 계열사 수임 의도
종속회사 동시 감사 비중 30%대
지주회사의 외부감사 보수가 일반 기업보다 약 20~30% 가량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주회사의 감사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종속회사(계열사) 감사 수임 가능성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김휘동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원과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한국회계학회가 최근 발간한 회계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지주회사와 일반 기업 간 감사보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2006~2023년 상장기업 1만7546개 기업-연도 표본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기업 규모, 수익성, 부채비율, 사업 부문 수, 외국인 지분율 등 감사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주회사의 감사보수는 일반 기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감사보수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지주회사의 감사보수가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기본 분석에서는 지주회사 여부를 나타내는 변수의 계수가 –0.387로 나타나 지주회사의 감사보수가 일반 기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기업 특성을 통제할 경우 지주회사의 감사보수가 일반 기업보다 약 30% 수준 낮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추가 분석에서도 계수값이 –0.213으로 나타나 약 20% 정도 낮은 경향이 유지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주회사의 자산 구조와 지배구조상의 특징으로 해석됐다.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와 달리 종속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산 구성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감사 복잡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주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감사인이 종속회사 감사 업무를 추가로 수임할 기회를 고려해 지주회사에 상대적으로 낮은 감사보수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과 최 교수는 “감사인은 지주회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감사보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발견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모회사의 감사보수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더 높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상반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지주회사 감사인이 종속회사를 동시에 감사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지주회사 감사보수가 더 낮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지주회사 감사인은 평균적으로 그룹 내 종속회사 가운데 약 32~35% 정도를 동시에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감사 효율성 증가로 해석되고 있다. 동일 감사인이 여러 종속회사를 함께 감사할 경우 감사인 간 소통 비용이 줄고 정보 공유가 가능해져 전체 감사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보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지주회사의 감사품질이 떨어진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감사보수 하락이 단순한 가격 경쟁이나 기회주의적 행동 때문이라기보다 감사 구조상 복잡성이 낮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김 연구원과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는 지주회사의 감사 복잡성이 낮아서 감사보수가 낮은 것이 발견의 주원인이라고 해석했지만 대리인 문제를 이용해 종속회사의 부를 부당하게 지주회사로 이전한 결과 이런 발견이 일부 나타날 수도 있다”며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밝혀 줄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만큼 감사인이 지주회사 감사보수를 낮추는 대신 그룹 전체 감사 관계를 유지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