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세 가지 오판’… 이란전 장기화 조짐
이란 반격·정권결속에 에너지 충격
트럼프 “이란은 테러와 증오의 국가”
모즈타바 “호르무즈해협 봉쇄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전쟁 양상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압박 후 조기종결’이라는 미국의 초기 시나리오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행사에서 이란을 겨냥해 “그들은 테러와 증오의 국가이며 지금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과의 상황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잘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군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쟁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계산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변수는 이란의 반격 수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 인프라와 지휘부를 신속히 무력화하면 전쟁 주도권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 해상 기뢰 위협, 대리 세력 동원 등을 결합한 비대칭 전략을 활용하면서 전쟁이 단기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초기 계산이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발발 후 이틀 동안 약 56억달러 규모의 정밀 탄약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군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두번째 변수는 에너지 시장 충격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첫 공식성명에서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를 사실상 전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이 지역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최소 16척에 이른다.
여파는 즉각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39.42포인트(1.56%) 하락한 4만6677.85로 마감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1.52%, 나스닥 지수는 1.78% 각각 하락했고, 국제유가도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유가상승과 에너지 시장 충격을 “단기적 현상”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상선 공격과 해상 물류 차질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빠르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세번째 변수는 이란 내부 권력 구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일부에서는 이란체제 내부 균열이나 온건 지도부 등장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면서 강경노선이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모즈타바는 이날 첫 메시지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자들을 도운 기지들은 폐쇄돼야 한다”며 중동 국가들에 미군기지 폐쇄를 요구했다. 또 “적에게 배상을 얻어내야 한다. 거부하면 그들의 자산을 빼앗고 쳐부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쟁이 중동지역을 넘어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장기적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다음 선택지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