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피아' 수사, 코레일·메트로 확대 촉각
검찰, KTX·지하철 납품비리도 자료수집 … 철도시설공단 압수수색
검찰이 철도시설 관련 납품비리를 정조준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수사 첫 신호탄이다. 철도시설공단에서 시작된 수사가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등 철도운영 공기업까지 확대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후곤 부장)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압수한 회계자료와 납품서류 등이 방대해 분석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동원해 대전의 철도시설공단 사무실과 서울에 있는 납품업체들, 관계사 및 사건 관련자 주거지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레일체결장치 등 주요 부품 납품 과정에서 공단 간부와 납품업체 사이에 뒷돈이 오고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납품 비리는 물론 주요 임원진의 금품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도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은 철도 납품비리 등에 대해 꾸준히 관련 첩보를 수집해왔다. 이번 수사도 관련자료를 총동원해 진행했다. 이에 따라 철도 납품비리 수사가 KTX와 지하철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 서울메트로 등 철도운영 공기업 비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초대형사고와 직결되는 것은 철로에 사용되는 부품비리지만, 일상 사고에 노출되는 것은 철도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다른 철도 기관으로의 수사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가 '관피아' 척결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특정 학맥 중심의 민-관 유착 고리도 주목받고 있다.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등 철도 운영기관은 물론 철도시설 관련 업계는 철도고 중심의 탄탄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다. 특히 사업 규모가 초대형인데다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이고 부도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로비전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한 철도운영기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철도 관련 학맥 유착고리 의혹이 제기돼 당혹스럽다"면서도 "관련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동안 KTX 납품비리 등으로 사법처리된 사례가 있지만, 대대적인 철도 납품비리에 대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1월 KTX 부품 관련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하며 부정부품 납품업자 등 14명을 기소했다. 국내에서 임의로 제작한 부품을 외국에서 제작한 순정품으로 속여 납품하고, 납품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현직 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구속기소됐다.
철도 관련 납품비리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원전 납품비리 수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을 원전비리 전담 수사팀으로 지정해 대대적인 원전 비리 수사를 해왔다.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납품과정 중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부품들이 시험 성적서가 위조돼 수년 이상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된 것이 적발됐다. 1차 수사결과 부품의 제조업체인 JS전선,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까지 모두 조직적으로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