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조태진의 글로벌경제 탐색 ②│되풀이되는 비이성적 과열

미국 부동산 시장, 욕망의 거품은 계속된다

2014-09-16 13:38:40 게재

집 팔아도 대출금 못갚는 '깡통 부동산' 속출

신용평가기관·월가 금융사의 사기합작품

'초이노믹스' 서브프라임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가계·시중 금융기관들을 둘러싼 미국 부동산 시장 환경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위기로 견디기 힘든 빚을 떠안고 파산의 수순으로 접어들었던 미국 가계는 현재까지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혀 의미 있는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였거나 아예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연명하게 된 그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어쩌면 부동산 매매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시중 금융기관들 역시 구제금융(Bailout), 은행 간의 인수합병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통해 회생의 길로 접어든 만큼 부동산 담보대출에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부동산 담보대출 시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고, 채무자의 소득 수준이나 가계 부채 수준까지도 감안하는 등 부동산 담보대출의 조건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미국 금리인하정책이 시작될 무렵인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한 2006년 ~ 2007년까지 미국 부동산은 역사상 단 한 번도 가격이 떨어져본 적이 없는 최고의 투기자산이었다. 그러나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며, 미국 부동산 불패신화도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출처 : 미국 부동산시장정보업체 CoreLogic(www. chlculatedriskblog.com)>


미국 부동산 시장은 되살아나고 있는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매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잠재적 채무자와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대출해 주지 않는 채권자만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당분간 요원한 일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각에서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 등을 들며 미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핑크빛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NAHB 주택시장지수는 미국 경기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지수가 50을 넘으면 앞으로 주택경기가 좋을 것이라 예측된다는 의미이다. 2013년 접어들어 2008년 부동산 시장 위기 직전의 지수를 회복한 이래 올해 7월 ~ 8월 사이 지수가 50을 훌쩍 넘어섰으므로 장차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가 처한 침체국면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지표의 개선은 실물경제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또 다른 거품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뉴욕 등 몇몇 지역에 한정되고, 부동산 거래를 주도하는 사람들 역시 미국인들이 아닌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중국 및 러시아 부호들임을 알 수 있다. 즉 미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알고 보면 미국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징표가 아니라, 외국인들의 투기 목적 거래가 일부 지역에 쇄도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한 때 미국 부동산 시장을 위기로 내몰았던 욕망의 거품은 실상 아직도 꺼지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담보대출의 남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현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거품현상이 시작되던 2000년대 초 당시의 상황부터 이해해야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이민자가 대부분인 그들이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정부 재정적자)'문제를 타개할 방안으로 기준금리 인하 및 금융 산업 육성 정책을 단행한 당시 미국정부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욕망을 읽어 금융업계와 손잡고 내 집 마련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시중 금융기관들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낮은 시중금리를 이용해 집 없는 사람들에게 '묻지마' 대출을 해주었다. 소득이 없고(No Income), 직업이 없고(No Job), 아무런 담보자산(No Asset)이 없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훗날 이른바 닌자(NINJA ; No Income, No Job, No Asset)론(loan)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던 당시 시중 금융기관들의 파격대출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미국인들의 강한 신뢰에 기초해 있었다.

그 때까지 미국 부동산은 역사상 단 한 번도 가격이 떨어져본 적이 없는 최고의 투기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이 시중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면 시중 금융기관은 저당권(Mortgage)을 설정해 이들에 대한 채권을 확보한다. 만약 채무자들이 끝내 집 사느라 빌린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시중 금융기관이 저당권을 실행하면 그 때는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올랐을 것이므로 더 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생각했다.

시중 금융기관들은 이렇게 부도 확률이 높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 이름 붙였다. 사실 정상적인 부동산 대출인 프라임 모기지(Prime Mortgage)시장에서라면 신용등급이 낮아 부도 확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애당초 부동산 담보대출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당시 시중 금융기관들은 더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신용등급이나 부도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대출을 남발했다.

시중 금융기관들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채권을 부동산으로부터 분리해 제3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화려하고도 복잡한 금융공학의 힘을 빌려와 파생금융상품인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을 매매하고, 위 채권이 부도날 위험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까지 시장에 팔려나갔다.

시중 금융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자산 가치 높은 부동산을 담보물로 잡아두는 한편, 이와 관련한 파생금융상품까지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기회였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데에는 신용평가기관들의 욕망도 한 몫 했다. 본래 금융기관에서 발행·판매되는 각종 금융상품은 영국의 피치 IBCA(Fitch IBCA), 미국의 무디스(Moodys), 스탠더드 앤드 푸어서(S&P)와 같은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이 그 가치와 위험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시중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들을 속여 해당 상품의 가치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거나 부도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을 함부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2009년경 바닥을 찍었던 NAHB 주택 시장 지수는 2011년 말부터 개선 조짐을 보였고, 현재는 지수 50을 넘어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업계 전망이 낙관적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Trading Economics.com >


부동산 시장, 욕망의 거품 끓기 시작

그러나 당시 신용평가기관들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시중 금융기관들로부터 거액의 로비와 향응을 제공받고, 이를 대가로 신용등급이 낮고 부도 확률이 매우 높은 위 파생금융상품들에 대하여 거리낌 없이 최고 등급(AAA)을 남발했다. 결국 이러한 속내를 모른 채 신용등급기관들의 말만 믿고 부실덩어리 파생금융상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기관들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집을 사려는 사람들, 시중 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투자자들 모두의 욕망이 2000년대 말 미국 부동산 시장에 모여들었다. 그 누구도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각 금융상품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욕망이 이끄는 대로 맹목적인 투기만 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도 절대 하락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땀 흘리지 않고 집을 소유하게 되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2008년 부동산 시장 붕괴의 막전막후

신기루와도 같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았던 부동산 구매자들은 시중 금융기관에 제 때 돈을 갚지 못해 부도 상황에 빠졌고, 그에 기초한 각종 파생금융상품 역시 연쇄적으로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시중 금융기관들은 자신이 담보로 잡아두었던 부동산을 팔아 원금이라도 회수하려고 발버둥 쳐보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같은 이유로 급매를 요하는 매물들이 쏟아져 나와 집을 팔아도 대출금 원금조차 회수하기 힘든 '깡통'부동산이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사려고 분수에 넘치게 빚을 진 미국인들은 결국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하고, 이러한 가계의 위기는 고스란히 채권자인 시중 금융기관의 위기로, 시중 금융기관의 위기는 어느새 정부의 위기, 세계경제의 위기로 전이되어 갔다.

특히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미국 정부 부채를 늘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2007년까지 GDP 대비 미국 정부 부채 비율은 70%를 하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이후 현재 그 비율은 100%을 훌쩍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는 경제위기에 빠진 가계의 빚을 '빚의 종착역'인 정부가 최종적으로 떠안아 민간의 빚이 정부의 빚으로 이전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08년 당시 주택 모기지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정부 보증 주택융자시장의 양대 산맥인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2,000억 달러 이상의 구제금융(Bailout)을 투입하여 국유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각종 금융정책(적극적인 구제금융 정책, 경기부양정책 등)에 대한 비용을 정부가 직접 부담하면서 미국 정부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는 가속화되었다.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에 퍼져 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파생된 각종 금융상품이 차례대로 부도가 나며 2008년 이후 세계 경제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미국 거품 위기 닮아가는 초이노믹스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내각이 들어섰다. 신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른바 초이노믹스(Choinomics)를 표방하며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을 새 내각이 추구할 경제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LTVㆍDTI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삼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가 천명한 바대로 LTV(Loan To Value Ration, 주택담보대출비율)는 70%로,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는 60%로 각 완화되어 이제는 자신이 가진 자산이나 소득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라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 마련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덕분에 지난 한 달간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호재와 맞물리며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8월 주택담보대출 대출도 4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기부양책이 내수활성화나 민생안정, 경제혁신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이번 조치로 인해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부동산 거품현상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대출을 받아 집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외견상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들뜰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리=조태진 judgetj@seolaw.net

김동은(David Dong Un Kim)
미국 플로리다(Florida)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Columbia) MBA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졸업 후 현대중공업 해양 구조물 팀 엔지니어,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아태지역 외환담당, 보험중개회사 Marsh & McLennan 한국 지사장, 재보험회사 Asia Pacific Holdings 대표이사, ACE 손해보험 한국 지사장, 동부화재 부사장 등 지역과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력을 쌓아 왔으며, 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쌤앤파커스에서 출간한 경제서적 <깡통걷어차기>를 조태진 변호사와 공저했다. 현재는 Marsh Korea 부사장이자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조태진
한양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39기)과정을 수료하였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터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 금융(Finance)을 전공하게 되었다. 현재는 법무법인 서로의 변호사로서 금융 및 기업 분야의 법률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김동은·조태진의 글로벌경제 탐색" 관련기사]
- [2.되풀이되는 비이성적 과열] 미국 부동산 시장, 욕망의 거품은 계속된다 2014-09-16
- [② 되풀이되는 비이성적 과열] 미국 부동산 시장, 욕망의 거품은 계속된다 2014-09-16

- [1. 미국경제의 현주소] 미국 FRB의 슬픈 고백 2014-09-05
- [① 미국경제의 현주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슬픈 고백 20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