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제재조치 2/3는 실패했다
미국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무기로 제재조치를 이용하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 문제로 북한과 이란에 대한 숱한 제재조치를 취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부과한 제재조치들의 3분의 2가 제재 대상국들의 안보위협을 저지하거나 행동을 바꾸지 못해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 쿠바 등에 대해 갖가지 제재조치를 취했으나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가들은 물론 심지어 유럽연합 등 미국의 동맹국들까지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오히려 거래를 늘리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 실패
미국은 북한과 이란, 예전의 쿠바와 이라크, 미얀마 등에 대해 안보위협을 가해온다는 이유로 각종 제재조치를 취했고 지금도 단행하고 있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한국, 일본, 유럽 등 동맹국들과 공조하기도 하며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 장거리 미사일개량,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탑재 등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도 여전히 막지 못하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조치들 가운데 3분의 2는 이같이 제재 대상국들의 위협을 저지하거나 행동을 바꾸지 못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뉴욕 주립대 브라이언 얼리 정치학 교수는 '경제제재가 실패하는 이유'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미국의 제재정책은 실패작이라고 규정했다.
대북제재 실패, 중국 탓
미국의 대북제재가 효과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중국의 행동 때문이라고 얼리 교수와 헤리티지 재단의 부르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 등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추진하면 알맹이를 제외시키거나 아예 구속력 없는 의장성명 등으로 낮추는 북한 보호 조치를 취해왔다. 중국은 핵실험과 같이 자국의 경고까지 무시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선 유엔제재 결의에 찬성했으나 그물망을 느슨하게 하거나 아예 뒷거래를 늘려 위력을 떨어트리는 행보도 불사해왔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부과에 찬성했으나 실제로는 대북교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첫번째로 핵실험을 실시했던 2006년에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조치가 채택됐으나 2차 핵실험이 감행된 2009년까지 3년 동안 중국의 대북 교역은 무려 140%나 급증했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한국은 한해 3억달러 였던 북한과의 남북교역 대부분을 중단했으나 중국은 그 이듬해 북한과의 교역을 27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30%나 늘린 바 있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밝혔다.
얼리 교수는 북한의 식량과 유류 등 교역의 4분의 3이나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교역이나 지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압박, 중국 태도 변화가 관건
이에 따라 미국과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해 북한이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와 비핵화와 평화, 개방개혁의 길을 걷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여전히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이른바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더 강하게 압박할 지렛대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려면 대북제재, 인권문제 압박 등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여전히 중국을 압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도부는 물론 전문가 그룹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핵미사일을 계속 용인할 경우 중국이 난처해지고 지도국의 위상마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부각시켜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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