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왜 정치적 악용하나”

2025-12-17 13:00:23 게재

“행정·정치 구분 … 유능하면 어느 쪽이든 써”

‘책갈피 달러’ 논란 인천공항공사 사장 직격

4일차 업무보고 … 산업·중기·기후·행안부 등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여기(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다. 왜 악용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등에 대한 4일차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행정과 정치는 명확히 구분된다. 이 자리는 지휘하고 명령하고 따르는 행정 영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일었던 이른바 ‘책갈피 달러’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책갈피에 끼워 달러 밀반출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 사장은 모호하게 답했고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적발이)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느냐”고 질타했다.

이후 이 사장은 개인 SNS는 물론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건을 콕 집어 언급하며 “지금까지 파악된 것은 관세청이 하는 일인데 관세청이 MOU를 맺고 공항공사에 위탁을 했더라”면서 “공항공사 사장은 처음엔 자기들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관세청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란 이후 대통령이 나서서 달러 밀반출 범죄 수법을 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인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 수법이) 언제 보도됐고 정부가 보도자료도 냈다는 게 댓글에도 나오더라”면서 “(대통령이) 뭘 새로 가르쳤다는 거냐.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은 바람 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거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가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줬느냐”면서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쓴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이 국민의힘 출신으로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돼 더 면박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부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 사장을 염두에 둔 듯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로서 부적격인 사람이 상당히 있다”며 “특히 고위직이 되고 정치에 휘둘릴수록 능력은 없는데 연줄로 버티는 경우가 꽤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산업통상부 지식재산처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은 데 이어 점심 직후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 기상청 원자력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인사혁신처 및 산하 공공기관들의 보고 청취 및 토론을 이어간다.

오후 업무보고에선 검찰청 폐지 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될 행정안전부와 형사사건 수사 관련 역할이 커지는 경찰청의 업무보고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오전부터 저녁까지 종일 업무보고 일정을 소화했다.

기존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작은 산하 공공기관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업무를 짚는 방식도 유지된다. 이 대통령은 1~3일차 업무보고에서 각 공공기관들의 업무에 대한 의문점을 묻는가 하면 주변에서 들어왔던 정책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며 현실화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업무보고를 마치면 앞으로 국방부 보훈부 외교부 통일부 금융위 공정위 법무부 성평등부 해양수산부 등의 업무보고를 남겨두게 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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