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나들이 이천도자기축제

어쩐지 가방보다 그릇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2015-05-11 10:45:40 게재



봄은 혀끝으로도 온다. 날씨가 풀리고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빨간색 노란색 빛깔이 화려한 채소와 과일, 연둣빛 봄나물들이 밥상을 풍성하게 한다. 좋은 재료의 음식을 화사한 그릇에 담는다면 식탁이 한결 풍성해질 거다. 쓰임새 좋은 도자기 그릇을 마련하고 싶은 열망으로 봄나들이에 나선다. 도자기의 고장 이천은 아침나절 부지런을 떨면 학교 간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다녀올만한 거리다. 게다가 지금 이천은 도자기축제로 들썩이고 있다.

 

원 없이 쏘다니고 싶은 도자기마을=

첫 번째 목적지는 이천 9경중 하나인 이천사기막골도예촌, 50여개의 도자기 공방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사기막골도예촌 안쪽까지 들어가면 공용주차장이 나온다. 차를 세우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구경하다보면 현대와 전통, 작가들의 작품과 생활자기가 어우러진 도예촌을 만날 수 있다. 도자기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서 인테리어 소품 커피용품, 한식기 양식기 컵 화분 등 다양하다.
투각 명장인 전성근 작가의 토화담, 단고재, 산아래 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래된 매장과 젊은 작가들의 생기발랄한 작품과 생활자기 매장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선택의 폭이 크다.
이천사기막골도예촌은 근사한 고목과 나지막한 건물들이 자리해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대규모의 도자기 판매 매장도 있지만 독특한 외관의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각 매장마다 도자기의 형태와 빛깔이 판이하게 달라 몇 번 눈도장을 찍어야 실패하지 않고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천안에서 가정요리수업을 진행하는 김미지(천안시 용곡동)씨는 “단품으로 그릇을 장만할 때  한 매장을 정해 필요한 것 몇 장씩 구입하다 보면 세련된 상차림을 할 수 있다”며 “좋은 그릇을 사서 장식장에 쟁여두지 말고 한 두 장씩이라도 식구들 밥상에 올리면 식사의 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상생활에 사용할 식기라면 무게를 가늠해 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곽경태 작가의 ‘토루’는 도자기 뿐 아니라 고재와 철재를 이용한 테이블이 독특하다. 도자기와 테이블이 마치 한 몸처럼 어울려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시간은 금세 흘러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사기막골 근처에는 이천쌀밥집이 즐비하다.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세워져 있는 커다란 규모의 쌀밥집과 작고 허름하지만 위풍당당 ‘원조’ 간판을 달고 있는 쌀밥집이 여러 군데다. 어느 식당을 선택하더라도 대부분 기름기가 흐르는 흰쌀밥과 구수한 누룽지, 그리고 도자기그릇 반찬을 만날 수 있다.

 
 

이천도자기축제, 평일에도 주차장 붐벼=

설봉공원은 눈 닿는 곳마다 잘 정리된 꽃으로 봄이 흐드러졌다. 작은 호수와 산책로가 정비된 공원이기도 하다. 설봉공원에서 열리는 도자기축제는 평일에도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다양한 도자기 전시와 판매, 체험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져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전시는 전통과 현대도예의 만남전, 리모주 도자 전시회, 경기도 무형문화재 특별전 등이 열려 전통도예가와 현대도예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 1~3관까지 도자 판매관이 있어 목걸이 브로치 등 장신구부터 커피 드립퍼, 각종 식기와 장식용 액자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축제 기간 동안 현금 구매시 20% 할인 행사도 실시한다.
야생화가 그림처럼 담겨 있는 도자기 화분도 눈에 띄고 어떤 음식이라도 담기만 하면 요리가 될 것 같은 액자 같은 그릇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그중 오묘한 빛깔로 시선을 압도한 도자기는 김성춘 작가의 ‘효산요’다. 전통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작품은 같은 색상도 모양도 없다는 설명을 듣고 보니 더욱 눈길을 끈다.
도자, 흙 체험 행사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흙놀이 세상, 빚기 경연대회 등에서 직접 흙을 만져보고 물레를 이용해 그릇을 만들고 채색하는 등 도예작가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행사는 행사기간 중 주말과 공휴일에 실시한다.
이밖에도 해주선생과 함께하는 도자순례 교실 등에서는 이천과 도자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명장 15인의 도자제작 시연이 펼쳐지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찬찬히 둘러보자면 제법 오래 걷게 된다. 편한 신발을 신고 생수 하나 정도 챙겨간다면 오랜만에 눈도 호강하고, 비싸지 않은 가격의 도자기를 집으로 들일 수도 있다.

남궁윤선 리포터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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