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공인 위한 AI는 가능한가

2026-03-19 13:00:02 게재

2026년 대한민국 제조업은 인공지능(AI) 체제로 빠르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스마트화를 넘어서 로봇이 직접 공정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조생태계의 기초체력은 전체 제조사업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소공인이 담당한다. 풀뿌리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소공인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을 꾸준히 운영해왔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현장의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직은 아니다.

소공인의 AI 전환을 가로막는 현실

소공인의 핵심 경쟁력은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공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이는 체계화된 매뉴얼이나 데이터가 아닌 작업자의 암묵지(Tacit Knowledge)이다. 이는 스마트화를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큰 장벽임을 의미한다. 상당수의 소공인이 사용 중인 설비 노후화도 문제다. 이들 장비 대부분은 통신기능이 없어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할 수 없다.

또한 소공인은 제조가치사슬에서 2~3차 아래의 하도급 구조에 속해있다 보니 자발적 혁신보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스마트화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경영주인 소공인은 기획 생산 영업을 모두 도맡다 보니 새로운 디지털환경에 적응할 여유가 없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이라는 관성을 따르게 된다. 이들 모두가 소공인의 AI전환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소공인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므로 AI 도구가 도입된다면 실시간 대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협업 또는 마케팅도 주로 전화나 대면 접촉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디지털플랫폼에 연결한다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즉 소공인 AI화의 효용은 제조가치사슬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하겠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와 이를 디지털플랫폼에 자동 연결하는 관리체계다. 아무리 고성능의 AI 알고리즘과 플랫폼이 있어도 정작 분석할 원천 데이터(Raw Data)가 생성되지 않거나 품질이 낮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의 진실성(Veracity) 확보다. 사람이 수기로 입력하거나 사후에 가공한 데이터는 왜곡되기 쉽다. 장비에서 직접 추출한 표준화된 데이터만이 제조현장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는 AI 모델의 신뢰도로 직결된다. 자산관리쉘(AAS, Asset Administration Shell) 등의 표준을 적용하여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와 동일한 형식으로 데이터를 쌓으면 통합분석이 가능해진다.

둘째, 장비에서 직접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표준통신모듈 및 센서 부착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노후장비(Legacy)가 많아 데이터 추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다수의 소공인이 참여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I를 소공인의 제조현장에 접목시키지 않으면 플랫폼 활용은 소수 첨단기업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실시간성(Real-time) 확보다. 소공인 제조 AI의 핵심성과 중 하나는 예지 보전과 실시간 불량탐지일 것이다. 장비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추출되어야 사고가 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적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없이는 제조업 혁신도 없다

소공인을 비롯해 중소 제조업의 미래는 현장의 암묵지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피지컬 AI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첨단 제조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에 달렸다고 하겠다.

이제 AI는 화면 속 정보 처리를 넘어 표준화된 데이터와 실시간 통신 모듈을 통해 노후설비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혀가는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김문겸 숭실대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