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맥도날드는 올리고 뚜레쥬르는 내린다

2026-03-19 13:00:01 게재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인하다. 라면과 식용유는 물론 빵 과자까지 줄줄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국내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움직인 결과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사는 다음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자리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제과·제빵업계도 동참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빵 가격을 내렸고 해태제과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식용유업계까지 가세하며 가격인하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표면적 이유는 원재료 가격하락이지만 실제 흐름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인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이후 이뤄졌고 이후 식품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물가안정 정책에 발을 맞추는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같은 시기 외식업계, 특히 글로벌 프랜차이즈 행보다. 맥도날드 KFC 등 주요 브랜드는 최근 들어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100원에서 400원가량 올렸고 KFC 역시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단행했다. 국내 브랜드인 맘스터치도 가격을 올렸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가격인상은 외국계 브랜드 중심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이 같은 엇갈린 행보는 단순한 원가구조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외식 브랜드는 최근 실적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위기상황이라기보다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차이는 ‘누가 정부 정책 영향을 더 받는가’에 있다. 국내 식품기업은 정책 변화와 규제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상대적으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다. 같은 시장에서 영업하면서도 가격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설은 분명하다. 가격을 내린 기업은 수익성이 훼손되고 가격을 올린 기업은 이익이 늘어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 영업이익률은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격인하가 반복될 경우 기업 체력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가안정은 분명 중요한 정책 목표다. 다만 특정 기업군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라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훼손될 수 있다.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채찍’과 함께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당근’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나누는 구조라기보다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물가안정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잡힌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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