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홍준표, 초라한 총선 성적표 … 안희정, 지역기반 마련 '충청 대망론'

2016-04-14 10:49:14 게재

박, 체면치레 그쳐

홍, 도정 불신 깊어

안, 고향에서 승리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 결과에 따라 광역단체장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안희정 충남지사는 웃었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향후 진로에 부담을 안게 됐다.


박원순 시장 측근 10여명이 이번 총선에서 출사표를 냈지만 2명을 빼고는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지역구에서 혼자 당선됐다. 천준호 전 비서실장은 서울 강북갑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후보에 패배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기 당선인은 야권 강세지역인 서울 성북을에서 당초 치열한 경선이 예상됐는데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기 당선인은 본선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20% 넘는 표를 가져가면서 어렵게 선거를 치렀다. 기 당선인은 4만834표(39.34%)를 얻어 3만3681표(32.45%)를 얻은 김효재 새누리당 후보를 6.89%p 차로 눌렀다. 김인원 국민의당 후보가 2만2392표(21.57%)를 가져갔다.

천 전 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갑 경선에서 김기식 의원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천 후보는 본선에서 국민의당 김기옥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천 후보는 2만6411표(34.68%)를 얻는데 그쳐 3만98표(39.52%)를 얻은 정양석 새누리당 후보에게 졌다. 국민의당 김 후보는 1만9633표(25.78%)를 얻었다.

박 시장의 측근인 임종석 전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정무수석, 장백건 전 서울시설공단 감사, 강희용 전 서울시의원, 민병덕 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법률지원단장 등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윤한홍 당선인(마산회원구)은 홍준표 사람들 가운데 총선에서 혼자 살아돌아왔다. 윤 당선인은 당내경선에서 친박근혜계 3선인 안홍준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본선에서 더민주당 하귀남 후보에게 접전양상까지 가며 추격을 당했다. 여기에는 윤 당선인이 홍 지사 밑에서 행정부지사를 지내 무상급식 중단과 마산야구장 도비 지원 거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이밖에 최구식 전 서부부지사,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 오태완 전 정무특보 등 이른바 '홍준표 키즈'로 불린 홍준표 경남지사 측근들이 도전했으나 모두 새누리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여기다 도 복지보건국장을 지낸 박권범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거창군수 재선거에 나섰지만 양동인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하는 등 홍준표 도정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다는 것이 확인됐다.

대전·충남 유권자들은 안희정 이름을 내걸로 나선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살리는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논산계룡금산에서 김종민 더민주 후보가 6선의 이인제 새누리 후보를 꺾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안 지사의 친구이자 초선 충남지사 때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종민 후보는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끝에 이인제 후보를 1038표(1%p) 차로 눌렀다. 19대 총선에서는 김 후보가 이 후보에게 2375표(2.5%p) 차로 석패했다. 논산은 안 지사의 고향이면서 3개 지역 가운데 유권자가 가장 많다.

대전 유성갑에서 당선된 조승래 더민주 후보는 안 지사의 대전 교두보로 해석된다. 충남도 비서실장을 지낸 조 후보는 대정 유성갑에서 3만7569표(48.28%)를 얻어 2만6240표(33.72%)를 얻은 진동규 새누리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조 후보는 대전에 출마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사진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를 치렀다.

반면 충북 교두보 확보에 나섰던 이후삼 더민주 후보는 충북 제천단양에서 2만5758표(32.9%)를 얻으며 낙선, '반기문 현상'이 시작된 충북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 후보는 충남도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안희정 지사의 최대 성과는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대전세종충남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더민주당(9곳) 무소속(1곳·이해찬 후보) 등 야권은 이 지역 19곳 선거구 중 10곳에서 승리했다. 대전세종충남 총선에서 범진보진영이 승리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안 지사 최측근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정재호 더민주 후보(전 안희정 선거캠프 총괄특보)가 경기 고양을에서 당선된 것도 성과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정태옥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친유승민계 권은희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관용 경북지사 사람인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도 안방인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4선에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중진 정치인이면서도 제식구라 할만한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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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차염진 윤여운 김신일 최세호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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