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20대국회 |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

"격차 해소 도구되겠다"

2016-07-06 11:21:42 게재

국민의당 원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 임실 순창·사진)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14년의 기자생활(경향신문)을 마친 뒤 총리실, 국회 사무처 등을 두루 거치며 정치수업을 쌓고 2004년 고향 남원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첫 출마에 도전했을 때다.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고 공천을 받은지 3일 뒤, 날벼락이 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탄핵 역풍은 전국을 휩쓸었고 이 의원도 예외일 수 없었다.

선거에 떨어지니 하루 아침에 '낭인'이 됐다. 열심히 했던 만큼 억울함도 컸다. 이 의원은 "내 잘못이 아닌, 내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이유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참을 길이 없었다"며 "믿던 종교에 회의를 느낄 정도였다"고 했다.

이때의 경험이 탄탄대로만 걸어왔던 이 의원의 삶을 바닥부터 바꿔 놨다. 억울함도 극복해야 했지만 다시 일어설 힘이 필요했다. 왜 국회의원을 하려고 했는지,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뭐였는지를 다시 자신에게 물었다. 이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진 않는다는 사실과 집착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그제야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재도전에 나섰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떨어진 마음은 전과 달랐다. 한번 떨어질 때마다 소중한 교훈을 얻었고 떨어진 사람들과 떨어진 마음을 알게 됐다. 남원 시장을 포함, 네 차례의 도전을 거듭한 뒤 이 의원은 마침내 지난 20대 총선에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산고가 길었지만 '붙은 마음'이 호들갑스럽진 않았다. 떨어진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떨어진 마음, 떨어진 사람과의 만남은 그에게 의정활동 목표도 만들어 줬다. 공정하지 못한 룰 때문에 상식과 보통의 기준에서 떨어진, '격차 해소'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입법활동이 그것이다.

이 의원은 "대·중소기업 간, 도시와 농촌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수도권과 지방 간 떨어지고 벌어진 격차가 우리 사회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사회 곳곳의 격차를 줄이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와 패권의 폐해를 숱하게 보고 겪은 탓에 애초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이던 이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유도 안철수 대표가 내세운 "격차 해소"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법안 발의에도 반영됐다. 이 의원은 과도한 선거비용으로 선거가 왜곡돼 좋은 후보들이 돈이 없어 출마하지 못하거나 빚더미에 앉는 문제, 후보자간 과당 경쟁 속에서 유권자들이 광고 홍수에 피해를 입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철 홍보문자 남발 규제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선거철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지는 홍보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문자 발송비는 선거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3000만-4000만원은 보통이고 1억원 넘게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과도한 문자 발송은 선거비를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문자가 남발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음해나 허위 사실 유포 가능성도 높아진다"면서 "유권자들에게도 진정성은 없고 선거를 위해 반짝 등장하는 홍보글로 인식될 뿐 피로감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

이 의원은 정치를 거창한 무엇으로 여기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이 의원은 "연을 잘 만들어놔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릴 수 없다. 국민의당이 갑자기 생겨날 줄 누가 알았겠나. 기회가 오려니 여러 요소들이 합쳐서 좋은 결과를 나은 것"이라며 "겸손함과 인내를 잃지 않고 '파워(power·힘이나 권력)'가 아닌 '포스(force·내공)로 승부하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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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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