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자치·분권 가르쳐야"

2016-07-22 11:17:26 게재

서울시-자치구 '분권 공감대' 형성 나서

21일 광진부터 주민·공무원 1300명 참여

"동네에서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모두 구청장에 얘기를 했는데 구에서 할 수 없는 게 많네요. 새로운 걸 알게 됐어요."

서울 광진구 자양3동에 사는 송호선(68)씨.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21일 오후 늦게까지 특강을 들은 그는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지방자치 분권이 뭔지 잘 몰랐는데 많이 배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광역과 기초간 분권과 협치를 선언한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민·직원과의 분권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방분권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을 나누고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지방분권 공감 토크쇼'를 마련했다. 시는 "지방분권이 관 대 관의 문제라는 인식을 벗고 함께 더불어 행복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상생의 길임을 공감하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광진구가 첫 주자로 나섰다. '희망의 나라 : 자치와 분권'을 주제로 한 소순창(건국대 교수) 서울시 지방분권협의회 위원 특강에 주민과 공무원 300명이 함께 했다. 소 위원은 인구절벽 사교육비 저성장 등 한국사회 위기와 복지 일자리창출 공교육 등 당면과제를 거론하며 지금같은 중앙집권적 체계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앙과 지방이 재정과 기능 권한을 재분배하는 분권형 국가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주민이 지역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주민들도 청년수당을 둘러싼 서울시와 복지부 갈등, (지방재정개편안으로 인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단식농성 이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지방의 힘만으로 하지 못하는 일을 하려고 국가를 만들었는데 국가가 모든 것을 쥐고 운영 편의를 위해 약간의 권한을 나눠주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방자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국 초기부터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시, 시행해왔는데 5·16 군사정변으로 단절됐을 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을 통해 다시 쟁취,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 직접선거로 선출하며 새롭게 자방자치시대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주민 요구와 재원은 모두 지방에 있고 해결책 역시 지방에 있다"며 "중앙정부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주민에 돌려주는 분권은 지방문제를 지방에서 해결하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안착을 위한 조기교육 필요성도 거론됐다. 소순창 위원은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 대기업과 언론이 기능부전에 가까운 중앙집권형 국가에 집착, 분권형 체제개편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분권 토크쇼 내용에 대해)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전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기동 구청장도 "대통령 시장이 할 일도 구청장에 따지는 건 지방자치를 배우지 않아서"라며 "어린이집·초등학교부터 분권을 가르치고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쉬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주민들은 90분 가량 진행된 강의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다. 서병철 광진구 주민자치협의회 회장은 "선진국으로 가려면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관심을 갖게끔 공공에서 이같은 자리를 자주 만들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세경 공공시설물건립추진단 주무관은 "우리 손으로 우리 동네 현실에 맞는 걸 발굴해내야 한다는 얘기가 인상깊었다"며 "지역 현황을 제대로 알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진구에 이어 26일 용산과 강서, 27일 강동, 28일 도봉과 강북에서도 지방분권 공감 토크쇼가 이어진다. 서울시 지방분권협의회 위원들이 자치와 분권 현안을 전달할 강사로 나선다.

시는 내년에는 더 많은 자치구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감 토크쇼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소순창 위원은 "서울시가 지난해 자치구에 권한과 재원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며 "분권과 협치 일환으로 마련한 토크쇼가 모든 시민에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