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원순 서울시장
"차기정부는 분권정부 돼야"
차기 대선후보 공약으로
국세·지방세 비율 6:4 요구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차기 정부는 분권정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차기 대선 후보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6대 4로 변경하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이 중요한 만큼 지방정부에 권한을 이양하는 것과 함께 지방재정도 함께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훨씬 더 일을 많이 하는데 권한과 재정은 중앙정부가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분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재정과 권한을 내려놓기 위해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자치분권의 핵심은 권한을 더 많이 가진 쪽에서 큰 양보와 결단을 해야 하는 문제"라며 "앞으로 분권과 자치를 중시하는 분권정부가 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분권형 개헌을 적극 추진해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서울시가 지난해 전국 자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광역-기초간 자치분권을 이야기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자치분권의 핵심은 권한을 더 많이 가진 쪽에서 큰 양보와 결단을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자치구 관계에서는 서울시가 갖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다. 재정권, 조직권 이런 것들을 내놓고 상하의 관계라기보다 협치의 관계로 다가가는 그런 모습,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 서울시가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충족도를 맞춰주기 위해 2800억원을 내놓는다는 것은 자기다리 하나를 딱 자르는 그런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한만큼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정부가 잘 되는 게 중앙정부가 잘 되는 첩경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분권 선언 1년이 지났다. 선언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치구별로 100억원 이상 조정교부금이 늘어났고 이는 주민생활의 큰 변화를 이루는, 삶을 바꾸는 재정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협치라는 큰 관점에서 행정을 펴고 있기 때문에 요란스럽지 않은 것은 오히려 내재화되고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어서라고 본다. 분권과 자치, 협치가 떠들썩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자치구들이 요구했던 것보다 시의회의 반대로 조정교부금 비율이 낮아졌는데 추가로 확충할 계획은 없나.
2798억원이 조정교부금으로 추가됐는데 당초 계획인 2862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시도 힘겹기 때문에 이제는 중앙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중앙정부는 분권과 자치를 중시하는 그야말로 분권정부가 돼야 한다. 그게 국가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차기 대선 후보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임기 5년 중 전반기에 7대 3으로 바꾸고 그 다음 후반기엔 6대 4까지 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80조원이 지방정부로 내려가게 된다. 그 중에 서울시도 약 5조원 정도 올텐데 그 돈이면 할 수 있는 일 다 할 수 있다.
■서울시 예산 2800억여원을 자치구에 내려 보내는 것도 어려운데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입장이 되면 더 어렵지 않나.
지방정부에 (예산이) 가면 과연 집행이 잘 될까하는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때나 여러 가지 행정사례를 보면 오히려 지방정부가 훨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들과 늘 피드백이 되고, 시의회와 언론에 의해 통제되고 감시받는다. 중앙정부 못지않게 피드백 구조를 갖고 있다. 중앙정부가 결단을 하면서 대신 감사 시스템이나 통제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장치를 둘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궈서는 안된다.
■서울에서 광역-기초자치단체 간 분권선언 이후 다른 광역지자체까지 확산을 예상했다. 야당 단체장이나 시도지사협의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할 생각은 없나.
중앙정부에 대한 요구는 여야 관계없이 동일하다. 재정권한, 조직권한 확대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공동성명을 계속 내왔다. 그중에서 자치분권에 대해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제가 특히 오래 전부터 주장을 하고 있다.
■청년수당이나 지방의회 보좌인력 관련 움직임을 보면 중앙-지방간 분권논의는 더 이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중앙정부가 굉장히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치와 분권의 철학이나 이념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갑을 관계가 아니고 파트너의 관계, 동반자적 관계다. 특히 청년정책만 하더라도 올해 중앙정부가 2조1000억원을 쓰고 있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서울시가 만든 청년정책은 현장에서 청년들과 함께 2년간의 기간을 통해서 길어 올린 정책이라면 중앙정부는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보좌인력 문제도 비슷하다. 지방의회가 하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경우 서울시 예산이 25조원이 넘는데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려면 보좌인력이 필요하다. 보좌인력이 늘어나면 서울시가 사실 힘들다. 그럼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니까 중단돼 있다.
■최근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강화하고 서울은 경제수도의 지위라도 괜찮다는 발언을 했다.
수도이전과 관련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걸 우리가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도는 서울이다. 그런데 서울이 홀로 수도일 수는 없다. 지방도시와 함께 서로 상생 번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규제 때문에 제조업이 서울에서 경기도, 경기도에서 충남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던 흐름이 계속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서울은 서울이 가진 장점을 갖고 파리나 런던, 뉴욕이나 동경과 경쟁을 해야지 지방정부와 경쟁할 것은 아니다.
■분권형 개헌에 대한 생각은
지방분권에 대해 중앙정부가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명문화하는 게 좋겠다. 지금도 헌법 제117조와 118조에 있지만 제일 뒤에 있고 법률에 위임을 해놓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이 국장 한명 추가로 더 임명을 못하는 상황이다. 헌법이 개정된다면 분권과 자치를 헌법 전문에 선언해야 한다. 법률에 위임해 놓을 게 아니라 헌법 본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 헌법은 1987년 만들어져 벌써 30년이 지난 만큼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치구가 서울시를 바라볼 때 여전히 중앙정부와 같이 중앙집권적 경향이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법령이나 원래의 위상 때문에 아무리 협치와 소통을 하고 평등하게 대해도 기본적으로 지도감독의 관계에 있다. 다만 그것을 실제 운용하는 과정에선 구청장들이 자유롭게 행정을 펼치도록 보장해주는 게 저의 원칙이다. 특별교부금도 옛날에는 구청장이 시장실에 와서 일종의 문안인사를 해야 얘기를 듣고 승인해줬다고 한다. 아직까지 제가 특별교부금 때문에 구청장 만난 적은 없다. 자치행정과장이 오면 그대로 사인 해줬다. 이것 하나도 엄청난 변화다. 시장 권한을 상당부분 내려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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