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광수, 일본을 만나다

'친일'과 '문학성'을 넘어선 이광수론

2016-09-09 10:12:55 게재
하타노 세츠코 지음 / 최주한 옮김 푸른역사 / 1만5000원

한국문인협회는 올해 8월 초 춘원 이광수와 육당 최남선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을 제정한다고 발표했다가 전면 취소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이 "문인협회는 '친일 문학상' 제정을 즉각 취소하라"로 촉구했기 때문이다.

신간 '이광수, 일본을 만나다'는 이광수 연구에 집중해 온 하타노 세츠코 니가타현립대학 명예교수의 이광수 평전이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이광수만큼 서로 모순되고 대립하는 다양한 계기들을 껴안은 채 한국 근대사를 관통해 온 작가도 드물다. 따라서 이광수의 삶과 문학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길은 무엇보다도 우선 그 모순과 대립의 계기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돼야 마땅하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저자는 자료에 기초해 그간 묻히거나 망각됐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복원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이광수의 삶과 문학이 놓인 자리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친일' 아니면 '문학성'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이광수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일본'이라는 키워드로 그의 삶을 가감 없이 추적한다. 알려진 대로 이광수는 일본어로 창작하고 솔선해서 창씨개명을 했다. 1919년 2.8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임시정부 수립에도 참여했지만 식민지 말기 그는 친일 활동을 했고 해방 이후 민족 반역자로 지탄받는다.

1905년 일본에 도착한 이광수는 벽돌로 지은 서양 건축물의 모습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일본과 '힘'을 등치시킨다. 당시 이광수는 힘에 매몰돼 있었고 일본은 그 힘이 현실에서 구현된 하나의 역할모델이었을 수 있다. 저자는 이광수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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