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농단한 국정, 민생예산은 뒷전
취약계층 쥐어짜 최씨 사업에 '펑펑'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예산 절반 삭감 … 문화창조예산은 18배↑
최순실씨가 농단한 국정에서 민생은 뒷전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최씨 개입 의혹 사업엔 나랏돈을 펑펑 쓰면서도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지원에는 인색했다. 재벌들로부터 몰래 수백억원의 돈을 챙기면서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 등과 같은 중소서민을 위한 약속은 중단되거나 역주행했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내년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 예산은 1288억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은 최씨 사무실에서 나온 '문화융성' 관련 문건에 포함돼 최씨가 예산편성에 개입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는 사업들 중 하나다.
2014년 72억원이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은 2015년 119억원, 올해는 898억원으로 급증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9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반면 생계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위기가구를 돕기 위한 긴급복지 예산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추경안에 비해 200억원이나 줄었다. 저소득 장애인의료비 지원 예산은 142억원,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56억원 각각 삭감되는 등 장애인 관련 예산도 줄줄이 깎였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예산도 올해 예산의 절반이 넘는 130억원이 삭감됐다.
박근혜정부는 재정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며 유사중복사업 통폐합과 부정수급 근절 대책을 추진해왔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단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엔 엄격하면서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등 최씨 관련 예산은 선심 쓰듯 썼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한정된 재원에서 특정사업 예산을 늘리면 다른 사업 예산을 줄여야 한다"며 "결국 사회적 약자의 예산을 쥐어짜내 최씨 관련 사업 예산을 몰아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씨가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의 돈을 챙기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의 대표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중단된 것도 숨은 '뒷거래'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재벌에 집중돼 온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과 공정하게 나누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자는 것으로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얼마 안돼 경제민주화는 흐지부지됐다.
노동정책은 아예 거꾸로 갔다. 박 대통령은 선거 당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 고용안정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집권 이후 정반대로 '쉬운 해고'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 부의 불평등과 소득 양극화 등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더 악화됐다. 중소기업과 근로자, 저소득층의 생활은 여전히 고단하기만하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후퇴하면서 중소기업과 근로자 등 중소서민들의 생활은 나아진 게 없었다"며 "재벌 중심 정책으로 회귀하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거래가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 [최순실에 짓밟힌 민생│① 밀려난 사회적 약자 예산] 최씨 예산 늘리며 예술인 생계지원 삭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