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공무원' 외교부에도 있었네

2016-12-29 11:16:58 게재

장호진 국무총리 외교보좌관, 정권에 찍혀 인사마다 고배

조준혁 대변인, 1년에 6회 해외출장비로만 3800만원 지출

박근혜 정권 아래서 '나쁘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됐다. 하나는 원래대로 나쁘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바른 소리를 잘 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사람을 칭하는 의미가 됐다. 박 대통령이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람들이 그랬다. 좌천당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이 대표적이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그 사람 지금도 있느냐"며 끝까지 찍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참 나쁜 공무원'이 문체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에도 정권실세 눈 밖에 나서 4년 내내 인사에서 '물먹은' 고위공무원이 있다. 국무총리실 외교보좌관으로 재직 중인 장호진 전 청와대 외교비서관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함께 참석자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장 보좌관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16회로 공직에 입문해 외교부 북미국장과 주 캄보디아 대사를 지냈다.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12년 1월부터는 청와대 외교비서관도 지냈다. 승승장구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특별보좌관으로 재직하며 청와대 첫 업무보고 준비를 총괄했다.

그러나 장 보좌관은 2013년 4월 인사에서 희망하던 외교부 차관보에 임명되지 못했다.

당시 외교안보라인이 지나치게 북미라인(워싱턴스쿨) 중심이라 안배 차원의 인사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 일본대사관의 이경수 공사를 차관보로 발탁한 이유다.

그러나 당시 장 보좌관에 대해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경력이 인사에 마이너스가 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문제는 그런 과정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다음해인 2014년 4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인사와 5월 대변인 인사에서도 청와대 최종 낙점을 받지 못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검증 과정에서도 별다른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 받아 들여졌다. 외교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처음에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반대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김 실장이 아니었다. 김 실장이 윤병세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의지'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에 '부역'했다는 점과 상급자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것이 '참 나쁜 공무원'으로 찍힌 이유였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물을 먹자 외교가 안팎에서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졌다. 능력을 높이 사야 한다는 읍소도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단행된 외교부 대변인 선임을 앞두고서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뉴욕에서 윤병세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했고, 긍정적 답변도 받았다. 그런데도 한 달 뒤인 10월 인사에서 현재의 조준혁 대변인이 임명되면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사실상 대통령의 내락까지 받았지만 다시 번복된 것을 두고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외교장관의 특보 출신이 임기 중에 네 차례나 인사에서 물먹은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문체부 간부들처럼 퇴출되지 않고 국무총리 외교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다시 한 번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장 보좌관이 '참 나쁜 공무원'의 두 번째 의미라면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경쟁했던 조준혁 현 대변인은 전자에 가까운 경우다. 장 보좌관과 외무고시 동기인 조 대변인은 현재 윤병세 외교장관의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이 너무 과해서일까. 조 대변인은 최근 해외출장과 기자단 취재지원과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내일신문 12월 2일자 참조> 그런데 조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최근 본지가 확보한 외교부 고위공직자 해외출장 기록에 따르면 조 대변인은 올 한해에만 모두 6차례 해외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출한 정부예산만 3800만원이 넘는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밝힌 지난해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은 3250만원이다.

물론 외교부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임 대변인의 해외출장 기록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전임 노광일 대변인은 지난해 두 차례, 2014년에 한 차례 해외출장을 간 것이 전부였다. 3회 출장을 위해 지출한 비용도 총액이 550만원 가량에 그쳤다. 1년에 6회 출장에 4천만원 가량을 쓴 조 대변인과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아무리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런데도 조 대변인은 수시로 기자들에게 '해외출장 좀 보내달라'고 농담반 진담반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국민혈세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여기는 태도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정부도 최근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2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외유성 출장과 허술한 사후관리를 막기 위해 '공무국외출장관리 개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만석 인사처 윤리복무국장은 "일부 국외출장 공무원의 부적절한 사례가 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하고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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