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멀고도 먼 '정책선거(매니페스토)'

2017-02-09 11:12:22 게재

후보자도, 유권자도 정책보다 이념 치중

검증 활발하면 관심제고

정부, 전문가, 정치인 모두 공약을 위주로 한 투표인 매니페스토(정책선거)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니페스토의 핵심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구체적인 공약을 최소한 선거 한달 이전에 내놔야 전문가나 상대 후보측에서 반박할 수 있다.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인건, 비의도적이건 공약은 매우 두루뭉술하고 늦게 공개된다. 왜 그럴까.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공약에 큰 관심이 없고 후보자는 유권자가 공약에 의해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공약이 정말 지켜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공약은 이념이나 철학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실현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 우선순위에 더 중점을 두고 공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선 자체가 정책보다는 이념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은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을 하다보면 보통 진보냐, 보수냐로 나뉘기 때문에 정책은 진보와 보수를 보여주는 그림자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그러다보니 유권자들도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이념에 치중해 투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선거여론조사를 해온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후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보고 투표했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면서 "이 조사대로 하면 우리나라는 매니페스토가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것"이라고 비틀어 설명했다. 정책선거가 옳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정책을 근거로 투표했다는 대답을 하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선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진행되면서 중도표를 확보하기 위해 양측의 주요 공약이 비슷해지는 것도 공약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공약 비교를 하려면 서로의 차이가 커야 하는데 경제, 복지, 안보 등 주요 이슈에서 상이한 게 거의 없다"면서 "올해도 대부분 후보들이 '경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책선거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선거에서의 공약은 비행기의 항로나 항법과 같다"면서 "선거일 30일전에는 전체공약과 재정계획 대차대조표가 담겨있는 구체적인 대선공약집 발표가 선행돼야 하며 공약검증 매뉴얼과 가이드북 개발도 절실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공약이 나오면 이를 언론과 시민단체, 싱크탱크, 상대 후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토론을 하게 되면 유권자들이 이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언론이 정책을 분석, 서열을 매길 수 있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했으나 어느 국회의원도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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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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