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발전 이끈 '석탄 르네상스' 이제 저문다

2017-06-20 10:59:45 게재

중국·인도 필두로 보류·취소 잇따라

전 세계 생산·소비, 2년 연속 감소세

2000년 이후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들은 석탄발전 확대에 나라의 명운을 걸었다. 과거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나라에게 석탄이란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의 밑바탕이자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석탄발전은 전 세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2000년대의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기후변화를 억제하자는 인류의 노력은 달성하기 어렵다. 석탄 '덕분'에 얻은 경제성장의 혜택은 석탄 '때문'에 야기된 기후변화 비용으로 상쇄될 터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최근 "석탄발전이 서서히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세계에너지통계연감에 따르면 석탄발전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석탄소비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감소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산업혁명 이후 135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없는 하루'를 보내는 기념비적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은 이날 하루 24시간 동안 석탄 발전을 멈추고 천연가스와 원자력, 풍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가 절반가량, 원자력이 4분의 1 정도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중국에서 시작된다고 복스는 강조했다. 멈출 수 없을 듯 폭발했던 중국의 석탄발전이 반환점을 돌았다는 것. 중국의 석탄수요는 3년 내리 줄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환경 관련 비영리기구인 콜스웜과 시에라클럽, 그린피스 등의 연구자들이 올해 초 작성한 '글로벌석탄발전트래커'(GCPT) 보고서는 "지난 1년간 천지개벽할 수준의 일들이 벌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발전소 현황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건설 전 활동, 즉 석탄발전 신규계획과 인허가 등이 48% 감소했다. 2016년 1월 건설 전 계획 단계에 있던 석탄발전 용량은 도합 1089기가와트였다. 하지만 1년 뒤인 올해 1월 570기가와트로 급감했다.

건설중인 석탄발전 프로젝트도 19% 줄었다. 중국과 인도만 봤을 때 이들 나라 100곳 이상 지역에서 건설중인, 총 발전용량 68기가와트 상당의 발전소 건설작업이 중단됐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건설중인 석탄발전소보다 중단된 발전용량이 더 컸다. 착공 단계의 신규 석탄발전은 62% 급감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노후 석탄발전소가 지속 폐기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들 지역에서 폐기된 석탄발전은 64기가와트에 해당한다. 복스는 "전반적 수치가 석탄 르네상스의 퇴조를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GCPT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석탄발전 억제책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이 상당수다. 중국은 2016년 3월 13개 성에서 인허가된 신규 석탄발전 건설계획을 보류했고, 15개 성에서 착공단계에 접어든 석탄발전 건설을 중단됐다. 이어 4월에는 노후 석탄발전소 폐기 정책을 수립했다. 9월엔 15개 석탄발전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11월 발표된 13차 5개년계획에서는 석탄발전 용량 한도를 1100기가와트로 제한했다. 올 1월엔 13개 성에서 추진중이거나 건설중인 85개 석탄발전을 취소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대책을 100% 확신할 수 없고 모든 정책의 실행에는 걸림돌이 발생하지만, 중국 당국의 의지에서 비롯한 파생효과는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석탄발전은 2013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석탄발전 승인 숫자는 지난해 85%나 급감했다. 이는 중국이 필요 이상의 석탄발전 용량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석탄발전소의 설비이용률(운영시간의 합)은 2015년 50%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계속 줄어들었다. 복스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인도의 경우 이제서야 석탄의존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인도의 석탄발전 용량은, 71기가와트에서 211기가와트로 3배 늘었다. 하지만 수요가 뒤따라주지 않고 있다. 설비이용률이 낮고 경제적이지도 않다. 현재 인도 태양력발전 비용은 킬로와트시당 2.44루피인데 반해 석탄발전은 3루피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에너지대계'를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현재 건설중인 석탄발전소를 제외하고 더 이상 석탄발전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시에 인도는 2025년까지 215기가와트 용량의 신재생 에너지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톰슨스타운에 위치한 미 최대 전력회사 '엔알지 에너지'(NRG Energy)의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발전소 앞에는 시커먼 석탄더미가 둔덕을 이루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과 인도 이외의 개발도상국들에서 건설중인 석탄발전소 비중은 전체 대비 약 29%다. 하지만 계획단계는 54%나 된다. 석탄발전의 중심지가 중국과 인도에서 터키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용이 줄어들고,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강력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는 점에서 순항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터키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이 석탄발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1.9기가와트용량의 석탄발전소를 지었지만 현재 4.2기가와트 발전소를 짓고 있고, 17.3기가와트에 달하는 발전소를 계획중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여파로 핵발전 용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석탄발전을 확대하는 데 따른 국민 반발도 예상된다.

2010년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지구의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2도 이상 올리지 않기로 했고,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는 1.5도 이상 올리지 않기로 했다.

칸쿤 협약의 2.0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선진국 석탄발전은 완전 폐기돼야 한다. 중국은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 나머지 나라들은 2060년까지가 데드라인이다. 파리 협약의 1.5도 목표치는 칸쿤의 경우보다 10년을 앞당겨야 한다.

복스는 "만약 석탄이 현재의 하락추세를 이어간다면, 기후변화협약 목표는 가까스로나마 달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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