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고용보장' 가격협상 변수

2017-08-28 10:37:41 게재

채권단, 더블스타에 요구

이번주 직접 만나 결론

금호타이어 매각가격 인하를 놓고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고용보장 연장'을 더블스타에 요구하면서 '일자리' 문제가 가격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채권단이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고용보장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고용을 2년간 보장한다는 당초 계약조건을 변경해서 연장하는 방안을 중국 더블스타에 제안했다. 양측은 이번 주 직접 만나 이 부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올해 3월 체결했지만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과 사용료협상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매각이 지연됐다. 광주 등 호남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에 반대하는 여론이 채권단을 거세게 압박했다. 산업기술 유출을 문제 삼았지만 가장 큰 쟁점은 고용 문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결렬될 경우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살아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만큼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다른 기업에 넘어가도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급기야 적자가 발생하자 더블스타와의 계약에서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로 15% 이상 줄어들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는 매매계약 해지보다는 9550억원인 인수가격을 8000억원으로 깎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가격을 낮춰서 다시 계약을 할 경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살아나지만 채권단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

채권단은 인수가격을 낮춰주는 대신 더블스타에 고용보장 기간의 연장을 요구했다. 동시에 박 회장에게는 컨소시엄을 폭넓게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채권단은 그동안 상표권사용료 협상과 관련해 금호산업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더블스타가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보전해주기로 했으며 이번 가격인하 요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의 거듭된 양보와 지역 여론의 거세 반발,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을 고려하면 더블스타 역시 '고용보장 기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더블스타는 지난달 3일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선 주식매매계약에 명시된 금호타이어 근로자의 고용보장 조항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블스타 인수시 국내 공장 폐쇄와 근로자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호남지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금호타이어 인수가격 인하 요구가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가격 인하에 따른 반대급부(고용보장 등)가 없으면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더블스타가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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