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활용한 재벌 강화 막는다
규제완화로 편법승계 등 수단 변질 … 정부여당,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정부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주회사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재벌대기업이 지주회사를 활용해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는 행위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부담이 늘어나는 재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법 개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재벌개혁 차원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일관되게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와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지주사 부채비율과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지주회사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3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로 재벌경제의 무한 증식을 막아야 한다"며 법 개정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미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개정안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비상장사 40%→50%, 상장사 20%→30%), 부채비율 강화(200%→100%), 자회사-손자회사간 사업연관성 요건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실 1999년 지주사가 도입될 당시에도 이같은 내용의 강력한 행위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재벌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2007년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지주회사가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와 계열사 확장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를 완화했다가 부작용이 커지자 뒤늦게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한번 풀어놓은 규제를 다시 조이는 것은 어렵다. 강화된 규제를 맞추려면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반발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지난달 여당의 지주회사 규제강화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주사 규제에 대해선 야당간 의견이 엇갈린다. 대선기간 동안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 공약을 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한표 한국당 정무위 간사는 "기업에겐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갑자기 규제가 바뀌면 기업활동이 움츠러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갑작스럽고 급격한 규제 강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야당 중에서도 지주사 규제 강화에 동의하는 곳이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최대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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