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위기청소년 '걷기 프로그램' 운영
중범죄 '수감' 대신 선택
'재범률 낮추기'에 성과
15년 전 프랑스에서 작지만 획기적인 실험 하나가 진행됐다. 마약과 강도, 폭행 등의 중범죄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10대 청소년 이스마엘에게 '수감' 대신 '걷기'를 제안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쇠이유(seuil)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쇠이유는 신발 바닥을 뜻하는 라틴어(solea)에서 따온 이름으로 3개월에 걸쳐 1800km를 걷는 프로그램이다.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 이스마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얼굴은 까맣게 탔고, 신발은 거칠게 닳아있었다. 이스마엘은 그곳에 가방을 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프랑스에 돌아왔다.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무거운 짐과 나쁜 생각들을 벗어던지고 새 삶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였다. 이스마엘이 쇠이유 프로젝트에 지원한 건 과거와 '단절'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지 못하면 평생 감옥을 들락거리며 인생을 마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쇠이유가 처음 여정을 시작한 이래로 총 200여 명의 아이들이 동반자와 함께 길을 걸었다. 그 중에 1/3은 중간에 포기한 채 교도소로 돌아갔다. 반면 1/3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찾았다. 나머지 1/3은 양쪽의 경계에서 여전히 방황 중이다. 프로젝트를 모두 마친 후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간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 청소년의 재범률이 85%에 달하는 현실에서 쇠이유를 거친 아이들의 재범률은 15%에 불과하다. 쇠이유 설립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쇠이유에 대해 "걷기는 아이들이 서서히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깨달으며,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난간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서 "아이들을 교도소에 가두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벌을 줄 게 아니라 한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소개한다.
프랑스 외에도 미국,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도 위기청소년 대상의 야외·야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통제와 수용, 외적강제에 의한 교육에 치우쳐 있는 국내 소년 교정방식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미국 아리조나주 아나사지역에서는 황무지를 걷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상은 12세에서 17세의 약물중독, 정서적 혹은 행동장애가 있는 위기청소년이며 최소 49일 이상 거주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프로그램 참여자 중 56%가 3년 이상 약물 및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났다. 캐나다 벤쿠버시 지역에서도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32일간의 여행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지역의 식물 및 동물군의 연구, 해양기반 연구, 강과 숲의 에코시스템, 지역 역사 또는 유럽의 탐사와 원주민 문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한 스포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 이후에도 참여 창소년과 가족들에게 약 1년 동안의 사후관리가 진행된다.
스위스 한 지방에서는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산림작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즉, 산림작업이 필요한 산주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체험교육이 필요한 학교로부터 의뢰를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7명의 학생이 1그룹으로 편성되어 산책로 개설, 배수로 설치, 산림 솎아베기와 풀베기, 가지치기, 벌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산림체험이기는 하나 노동을 하기 때문에 대가로 일정액의 돈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산림작업체험을 통해 자연의 의미, 산촌의 의미, 청소년과 이들과의 관계 등을 이해하고 인간과 자연의 지속성 관계에 대하여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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