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변리사의 특허 이야기 ⑪

국제특허는 없다

2018-05-14 10:36:45 게재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

우리는 간혹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국제특허라는 것은 없다. 하나의 발명에 대해 모든 나라에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특허가 없다는 얘기다. 대신에 특허는 각 나라마다 받는 것이다. 어느 특정 국가에서 특허를 받고자 하면 그 나라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해야한다. 해당국 특허청은 특허출원을 심사해서 요건을 충족하면 특허를 부여한다. 따라서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어느어느 나라에서 특허를 받았다고 해야 정확한 말이다. 다만 유럽이나 아프리카와 같이 특정 지역의 국가들이 지역특허를 부여하는 경우는 있다.

유럽특허는 유럽연합(EU)이 탄생하기 전에 유럽특허조약에 따라 유럽특허청의 심사를 통해 부여되고 있다.

외국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리조약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것이다. 파리조약은 130여년 전인 1883년에 체결되었는데, 이 조약의 골자는 자국에 출원한 후 1년 이내에 조약 당사국에 출원하면 자국의 출원일을 소급해서 인정받는 것이다. 외국에 특허출원을 한다는 것은 거리, 언어, 절차 등의 관점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특허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출원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1년 이내에 출원하여 소급효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파리조약은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UN 산하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창설되면서 PCT 조약이 탄생하였다. 파리조약에서는 자국에 출원한 후 1년 이내에 외국에의 출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발명으로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1년의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 파리조약의 이러한 폐단을 보완하기 위하여 PCT 조약이 탄생하였다. PCT 조약에서는, 자국에 출원한 후 1년 이내에 WIPO에 국제출원을 하면, 다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그 기간 내에 보호받고자 하는 나라에 출원하면 소급효를 인정받는다. 다시 말해서, 파리조약에서는 1년 내에 각국에 출원을 해야 하지만, PCT 조약에서는 자국에 출원한 후 30개월 내에 각국에 출원하면 된다.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되어, 불필요한 출원으로부터 야기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PCT 조약에 근거하여 국제출원을 해놓고서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국제출원을 아무리 많이 해도 각국에서 다시 출원하여 특허를 받지 않는 한, PCT 국제출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파리조약과 PCT 조약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보통 5개국 이상의 많은 나라에서 특허를 받고자 한다면 PCT 조약이 대체적으로 유리하다. 3개국 이내의 나라에서 보호받고자 하면 파리조약이 유리하다. 외국에서의 특허취득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덕규 명지특허법률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