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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 150년, ‘5대 강세장’의 교훈

2026-05-21 13:00:01 게재

다시 급락하긴 했지만 코스피 역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달성했다. 무엇이 주가를 끌어올렸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통해 패턴을 도출하는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150여년의 역사에서 ‘대형 강세장’은 다섯 번 있었다. 첫째, 1929년 대공황 이전이었던 광란의 20년대(1921~1929)였다. 다우지수는 8년간 약 6배가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은 20%였다. 이 시기는 자동차 전기 라디오가 주도했다. GM 주가는 9.63달러에서 111달러로 뛰었다. 자동차 판매량은 21.5만대에서 190만대로 765% 증가했고, 순이익은 1750%로 폭증했다. 미국 라디오 회사(Radio Corporation of America)는 무려 3만%의 수익률을 안겼다. 자동차 대량생산, 도시화, 전기화가 ‘끝없는 번영’의 신화를 만들었다.

둘째, 전후 강세장(1949~1957)이다. 이 기간에 S&P500은 약 500% 상승했다.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 전쟁으로 붕괴된 유럽부흥을 위해 16개국에게 현재가치로 약 1500억달러를 지원한다. 이 시기는 전후복구 에너지와 베이비붐 도시화 소비혁명이 동력이었다. 산업은 자동차 철강 화학 가전이 주도했다. 기업은 GM 포드 US스틸 GE 듀폰 P&G가 주도했다. 미국 자본주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시기다.

‘기술 주도’와 ‘유동성 공급 주도’ 폭등기

셋째, ‘닷컴 열풍’ 시기(1987~2000)다. S&P500이 약 600% 상승했다. PC 보급, 1995년 넷스케이프 상장으로 시작된 인터넷 상용화, 통신 자유화가 결합했다. 이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총 1위로 올랐다. 시스코가 한 때 시총 5500억달러로 세계 1위가 됐다. 인텔 오라클 아마존 이베이가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넷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세장(2009~2020)이다. S&P500이 약 400% 상승했다.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가 주도주였다. 애플 시총이 2009년 약 900억달러에서 2020년 2조달러를 돌파하는게 상징적이다.

다섯째, 코로나 경제회복과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2020~현재)이다. S&P500은 저점 대비 200% 이상 상승했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매그니피센트 7’이 미국 시총의 약 35%를 차지하게 됐다. 챗GPT 등장 이전 엔비디아 시총은 34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은 5조5000억달러가 됐다. AI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 됐다.

미국 자본주의 150년 역사에서 다섯 번의 강세장은 두 가지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의 세 강세장은 ‘기술 대전환’의 시기였다. 1920년대는 ‘제2차 산업혁명의 정점’이었다. 자동차 철도 라디오 전기가 일상에 들어오던 시기다. 1950년대는 전후 미국의 황금기를 상징한다. 미국 제조업이 세계를 지배했고,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시장을 키웠다.

1990년대는 ‘정보혁명’의 시기였다. PC 인터넷 통신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다. 이 시기 주가상승의 동력은 ‘기술혁신’이었다.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폭발했다.

뒤의 두 강세장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의 연준(Fed)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2020년 코로나 이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를 추진했다. 두 번 모두 세계 대공황급의 경제위기였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한국에서 주식 투자자가 급증한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난 시점도 코로나19로 경제위기를 겪었던 시점이다.

결국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이 중요하다

미국 주식시장 150여년의 역사를 돌아볼 때 강세장은 두 가지 요인으로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기술의 대전환기 때다. 이 시기에는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다. 둘째,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때다. 흥미로운 것은 이 때도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애플과 MS가 대표적이다. 많은 주식 전문가들이 ‘주도주 투자’를 조언하는 이유다.

한국 주식시장은 그간 지배구조 왜곡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했다. 상법 개정 등의 추진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코스피 폭등은 AI 슈퍼사이클과 상법 개정이 맞물린 효과다. 지배구조 개혁이 모두 완료된 이후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을 주도하는지’ 여부다. 투자를 위해서도,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최병천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