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총력전’…유류세 연장, 사재기엔 ‘징벌적 과징금’
유류세 인하 7월말까지 2개월 연장 … 휘발유 15%·경유 25% 인하율 유지
매점매석엔 부당이득 상회하는 징벌적 과징금 신설하고 신고포상금제 도입
고유가와 작년 기저효과로 5월 물가 상방 압력 … “민생안정에 범부처 총력”
정부가 중동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등으로 인한 물가인상 압력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대책도 내놨다.
특히 불법적인 매점매석 행위로 얻은 이득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물리고 신고포상금 제도를 신설하는 등 ‘물가안정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시장 감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류비 부담 완화정책 지속 = 정부는 2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및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6월 이후 유류세 운용 방안’을 확정했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민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3월 27일 2차 최고 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도 병행했다. 기존 유류세 인하 조치는 5월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이번에 그 시점이 7월 말로 늦춰졌다.
인하 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로 현행과 같다. 이에 따라 리터당 유류세는 휘발유가 65원(763원→698원), 경유는 87원(523원→436원) 낮은 수준이 지속된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석유 제품을 공장에서 출고할 때 국가에 먼저 내는 세금이다. 유류세를 깎아주면 소비자 가격 인상도 억제된다.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에 더 높은 인하 폭을 적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김완수 재경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병행해 실질적인 국민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당이득 끝까지 회수한다 =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강도의 행정 제재가 도입된다. 정부는 ‘물가안정조치 실효성 제고 방안’을 통해 매점매석이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행위에 대해 부당이득액을 상회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행 물가안정법은 매점매석 금지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를 제외하면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 같은 행정상 금전 제재 수단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긴급수급조정조치와 매점매석 금지 위반에도 과징금 부과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대부분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만큼, 불법 이익을 박탈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수급에 영향을 받는 주사기·석유화학 제품 등에 매점매석 금지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적용 중이다.
구체적인 과징금 수준은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부당이득을 상회하는 금전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위반행위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고가격제·긴급수급조정조치·매점매석 금지 위반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고 기여도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신고포상금 수준과 관련,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불법행위를 근본적으로 발본색원할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향 아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매점매석 적발 물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매각 특례’도 도입한다. 현재는 압수 물품이 법원 판결 전까지 유통되지 못해 시장 공급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매점매석이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사업자에게 물품 처분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처분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입·통관 단계 단속도 강화된다. 정부는 물가안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세구역 내 매점매석 물품 단속 권한을 관세청장에게 위임할 계획이다.
매점매석금지 위반 물품을 처분한 경우 법원 판결 전에도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경찰 수사단계에서 ‘기소 전 추징 보전’ 제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물가안정법 시행령 개정을 이달부터 추진하고, 물가안정법 개정안은 오는 8월부터 입법 추진에 나서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가용한 수단 총동원” = 한편 정부는 5월 소비자물가가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원대 초반의 고유가가 한 달 내내 유지된 데다, 물가가 상당히 낮았던 지난해 5월의 기저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석유류 물가는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84%p 끌어올린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5~6월 중 220억원 규모의 할인을 지원하고, 고등어·오징어 등 대중성 어종의 정부 비축 물량 8000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에는 긴급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수입 신선란 추가 도입을 검토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이달 중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고, 물가안정법 개정안은 오는 8월 입법 추진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모든 부처가 합심해 품목별 가격 안정과 민생 경제 회복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