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경고음’…회계정보 읽었다면 감지

2026-05-20 13:00:04 게재

회계저널, 예측가능성 분석 … 감사보고서·재무제표 이상신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으로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은 일명 ‘티메프 사태’가 이미 4~5년 전부터 예견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 곳곳에서 이상신호가 나타났던 만큼 회계정보를 주의 깊게 살폈다면 사전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0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2026년 4월호)에는 ‘티몬·위메프 사태는 예측 가능했을까’를 주제로 한 분석 논문이 실렸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안혜진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티몬·위메프의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분석해 티메프 사태의 책임 소재와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티몬은 2011년부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받기 시작했고 2018년까지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나왔다. 2019년부터는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특기사항으로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언급됐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339억원 더 많아 회사가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최 교수와 안 교수는 “만약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회사가 파산이나 영업중단 위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문단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티몬의 감사인은 안진회계법인으로 변경됐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적정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2023년 감사인이 삼일회계법인으로 교체되면서 ‘의견거절’을 받게 됐다.

위메프는 2023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문구가 부가됐다.

최 교수와 안 교수는 “회계법인이 이미 이들 회사의 경영 지속 여부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 존재함을 파악하고, 그 사실을 감사보고서에 명시했다”며 “감사보고서를 읽었다면 누구나 이러한 경고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근거로 해당 회사와의 외상거래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회사가 파산할 경우 외상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대부분의 소비자나 입점업체들이 감사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재무지표는 더 심각했다. 논문에서는 일반적인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과는 조금 다른 부채비율(총부채/총자산)을 사용해 분석했다. 티몬의 경우 2018년 부채비율이 468%였고 2023년 900%로 증가했다. 경쟁사인 11번가 부채비율이 80%, 쿠팡이 69%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위메프의 경우 부채비율은 2018년 196%에서 2023년 361%로 급증했다.

수익성 지표도 급격히 악화됐다. 티몬의 총자산이익률은 2018년 –81%에서 2023년 –199%로 악화돼 총자산보다 당기순손실 규모가 커진 상태였다. 영업이익률은 –51%에서 –192%로 낮아졌다. 위메프의 경우 총자산이익률은 2018년 –15%에서 2023년 –86%로, 영업이익률은 –9%에서 –74%로 낮아졌다.

최 교수와 안 교수는 “티메프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회계 분석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이들의 책임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입점업체의 경우는 매달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래가 이뤄지는 중요한 거래처라면, 재무제표와 감사의견을 확인하고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인 주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외상거래를 한다면 거래 상대방의 결제 능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며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없더라도,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간단히 검토하면 이 정도의 심각한 재무 위험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책임도 강조했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로부터 약 3년 뒤 발생한 티메프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 기업이 고객의 돈을 자체 자금과 엄격하게 구분해 관리하고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사용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면 티메프 사태와 같은 피해는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지배주주인 큐텐과 경영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과 별개로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를 외면하거나 위험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중대한 도덕적 책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와 안 교수는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이커머스 플랫폼 산업에서 재무 위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를 이해하고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