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채권시장의 경고등을 직시할 때다

2026-05-21 13:00:02 게재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마의 5%를 뚫고 5.2%를 터치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2007년의 금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발작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주요국 국채금리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성을 넘어 다가올 거대한 경제적 폭풍을 예고하는 전조증상과도 같다.

최근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중인 것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담보대출 등 민생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금리인상 확률은 50%를 넘었고, 일본은행(BOJ)의 추가 인상 전망이 우세하며, 한국은행도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에 통화긴축 기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긴축의 시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솟는 국채금리는 글로벌 증시를 뒤흔드는 강력한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주들이 강한 조정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하락 중이며, 국내 코스피도 장중 8000선을 찍은 후 단 4거래일 만에 9.7%p 급락했다.

차입비용 상승이 AI 관련 기업 주식의 고평가 논란에 불을 붙일 경우 증시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장기화는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조달 구조 단기화와 양극화를 발생시켜 비우량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옥죄고, 이는 결국 투자와 고용 부진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잔고(빚투)’ 지표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5일 36조5675억원으로 연초 대비 33%나 급증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10거래일 간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44조원을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신용융자까지 끌어다 40조원을 순매수하며 아슬아슬하게 지수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성장률 반등과 코스피 상승세가 시장에 낙관론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풍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변동장 속에서 섣부른 빚투는 자칫 치명적인 손실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금리가 높아지면 빚으로 쌓아 올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라는 모래성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은 막연한 낙관론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등을 직시하고 다가올 긴축의 시대에 대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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