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사태 10년 만에 재조사 시작
2018-05-21 10:34:00 게재
금감원, 합동조사단 구성 협의 착수 … 검찰, 키코판매 은행 고발인 조사
21일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주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키코피해 합동조사단 구성을 협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조사단 구성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코피해기업들은 금감원의 합동조사단 구성 논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합동조사단 협의는 키코재조사에 부정적이던 금감원 내부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키코피해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민관합동조사단'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9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은행의 숨은 수수료가 드러났다"며 키코사태 재검토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회는 금융위원회에 키코사태 피해기업 재조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재조사를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키코피해기업들은 "금융권과 법조계 상층부에 있는 키코사태 책임자들이 키코 재조사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민간합동조사단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상황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키코피해기업들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반겼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키코 재조사'를 주장했다. 위원회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윤 원장이 강력히 주장해 '키코사건 재조사'를 권고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동조사단 추진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의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조붕구 키코공대위원장은 "키코에 가입한 수출기업 1000여곳 가운데 235곳이 파산이나 폐업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서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실을 밝히는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제1부도 16일 '키코 사기판매 은행 고발장'과 관련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키코공대위는 지난달 4일 우리 하나 씨티 외환 신한 산업 대구은행 등 은행 7곳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인은 코막중공업 일성하이스코 엠텍비전 제이엠씨 등 기업 4곳과 시민단체는 5곳이다.
이들은 키코 사건을 은행이 저지른 '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을 환헤지 상품으로 홍보하며 판매했고, 실질적으로 피해기업들에게 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키코 판매 수수료'와 'SC제일은행 녹취록' 등 새로운 증거를 검찰에 제출하며 "은행의 기망행위와 기망의사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 인도법원은 우리 키코와 동일한 외환파생상품에 대해 '사기'로 판결했다"면서 "정부는 재조사를 통해 환투기꾼으로 몰린 기업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보험) 상품으로 은행이 판매했다. 하지만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당시 수출중소기업 1000여곳의 피해규모는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피해 원인을 '키코의 헤지 부적합성'에서 찾는다. 헤지는 기업과 은행의 이익과 손해가 1대 1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키코는 기업이 취득하는 가치보다 은행이 취득하는 가치가 평균 약 2.5배에 이른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가치가 약 2.5배인 셈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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