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적' 표기, 해묵은 공방
2018-08-23 11:01:07 게재
표현두고 수십년째 논란
이념공방 키우는 소모전
국방백서의 '적'표현은 수 십 년째 논란을 거듭해 온 해묵은 주제다. '2016 국방백서'에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올 연말 발간될 '2018 국방백서'에는 이 같은 표현이 상당히 순화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올초부터 시작된 남북화해 분위기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상호 약속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적' 표현 삭제를 군의 정신전력 와해로까지 등치시키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방백서의 적 표현은 시대상황과 남북관계를 반영해 계속적으로 달라져 왔다.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2005년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주적 표현은 2000년까지 사용됐다. 그러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적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일다가 2004년 국방백서부터 사라졌다.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이나 '심각한 위협' 등으로 표기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2008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다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2010년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현재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커졌던 '2016 국방백서'에서도 전제는 분명했다. 백서의 서두인 국방목표에서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며, 특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공격, 테러위협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전제를 근거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판문점 선언이나 현재의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변화된 정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금은 다 있는데 갑자기 뺀 것도 아니고, 상황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 왔다"면서 "상황변화를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해 나가는 단계이며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백서와 함께 군의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서도 북한에 대한 표현이 완화되고 '종북' '주사파' 표현 등이 사라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 당국자는 "정신교육 교재도 우리 내부에서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고 외부 연구용역도 하고 전문가 의견도 반영해 계속 수정 보완한다"면서 "적이나 종북 주사파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내부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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