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투자자, 매주 산업은행에서 만난다

2018-11-27 11:06:21 게재

투자연결 플랫폼 'KDB넥스트라운드' … 713개 업체 도전, 130곳 6800억원 투자받아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류진협입니다. 저희는 항체 신약에 이은 제3세대 신약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회사 설립은 2년 정도 됐고 본격적인 활동은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 현직 교수인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중국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열심히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 1층 스타트업IR센터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운드'에서 류 대표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25분간 회사의 기술과 성장성을 강조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조기검진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업체다.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 1층 스타트업IR센터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 현장. 바이오오케스트라 류진협 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제공


류 대표의 발표가 끝나고 투자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국의 유사한 바이오업체들과 비교하면 어떤 것인가?", 류 대표는 "효과적인 측면에서 저희 제품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날 기업설명회(IR)는 한국바이오협회 주관으로 전문가들이 추천한 바이오 개발 분야 초기 기업 중 우수한 기업들이 모였다. 바이오오케스트라에 이어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치료와 진단용 의약품 개발업체 '셀비온', 자폐 장애 치료 신물질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 개발업체인 '뉴로벤티', 개인맞춤형 최적 약물 예측과 신약개발업체인 '엠비디' 등이 차례로 IR을 진행했다. 투자업체 관계자들로 가득 찬 회의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처럼 산업은행에서 벤처기업과 투자자들이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매주 3차례(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벤처기업들의 IR이 벌어지는 '넥스트라운드'가 열린다.

넥스트라운드는 벤처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산업은행의 플랫품을 말한다.

27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넥스트라운드는 2016년 8월 시작해 이달 19일까지 208회 열렸다. 28개월간 713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IR을 통해 투자를 받으려고 도전했고 그 중 130개 기업이 6794억원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스타트업 기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수십 곳의 투자업체들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고, 반대로 투자하려는 업체들도 스타트업 기업 여러 곳을 방문해야 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찾아다니는 상황에서 넥스트라운드가 정기적으로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라운드는 첫해 25회 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75회, 올해는 108회 열렸다. 당초 수요일(스타트업 라운드)과 금요일(성장벤처 라운드)로 진행됐지만 화요일(창업활성화 라운드)이 추가됐다. 아직 투자를 받지 못한 걸음마 단계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을 소개시키는 자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식으로 시장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시장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업 초기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서는 처음 기관투자를 받은 업체를 '시리즈 A', 좀 더 성장을 거친 뒤 후속투자를 받은 경우를 '시리즈 B' 등으로 분류한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주로 시리즈 A·B 기업들이 참여하는 자리다.

산업은행과 연결된 투자자기관은 200여개 가량 되고 IR이 열리기 1주일 전에 산업은행은 메일링 리스트에 있는 투자자 900여명에게 IR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알린다. 라운드가 열리면 평균적으로 3개 업체 IR을 진행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30~40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인다.

협동로봇 제조와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체인 '뉴로메카'는 지난해 5월 넥스트라운드 IR에 참여해 KTB네트워크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년 뒤인 올해 7월 2차 IR을 실시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에서 18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산업은행도 각각 10억원씩 투자에 참여했다. 뉴로메카는 투자를 통해 현재 주력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계를 구축, 업계 선두로 급성장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투자자 역할도 하는데, 정책적인 투자가 아니고 철저히 시장에 기초해서 투자를 한다"며 "넥스트라운드에서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자기 변신을 거쳐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재도전을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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