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대학입학사정관, 원탁회의서 무엇을 남겼나

"대입중심에서 벗어난 학생 성장기록·평가 이뤄져야"

2019-04-09 13:03:26 게재

학생부 신뢰, 교육정책 현장 안착 계기 … 학령인구 감소시대 대학변화 견인차 역할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중심'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갈등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만 갈등의 골이 풀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현장교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대학에 가지 않으면서 학교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생각해야합니다" "그동안 대학 입장에서만 결과중심의 평가내용을 들여다 본 것 같습니다." "학생 성장과정 전체를 기록하기보다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평가와 기록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고교 교사와 대입사정관들이 학생 평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교사와 대입사정관들이 모여 '수업과 평가, 기록'을 주제로 원탁회의를 열었다.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성장, 수업과정, 객관적 평가를 주문했다. 원탁 조별 토론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학교현장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교사가 생각하는 학생성장을 위한 수업' '입학사정관이 본 수업 및 평가의 모습'에 대해 토론 후 각자 의견을 적었다.


'학생성장'에 대해 교사들은 △육체적, 정신적, 전인적 성장 △꽃을 피우듯이 비상하는 것 △잠재 가능성을 키워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학생 각자의 잠재력을 배움과 소통을 통해 발현시켜나가는 과정 △학생들의 다양성 인정은 존중에서 출발하는 것 이라고 적었다.

반면 입학사정관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노력해 가는 과정 △호기심을 통해서 꿈을 찾아가는 것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 △진로 탐색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 △서로가 마중물이 되어서 함께 '서로의 꽃이 되는 것' 등을 써 붙였다.

토론자들은 학생 성장을 위한 수업, 평가의 실천 사례로 '아이의 재능과 강점을 발견하고, 배움이 수치화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상호 신뢰를 강조했다. 특히, 공부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성취 기준을 정할 때 학생의견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교육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학생의 활동과 배움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평가가 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4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교사와 대입사정관들이 모여 '수업과 평가, 기록'을 주제로 원탁회의를 열었다.


교사 평가의 자율성과 신뢰성 보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가에 대한 종합적 의견으로 "배운 지식을 가치 있게 활용하여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학생 한명 한명의 모습을 보고 평가하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학사정관들도 '기록을 통해 바라본 평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학생개인이 그 수업에서 보여준 특성이 궁금하다 △교과 및 비교과에서 학생 개인의 스토리가 보이는가? △학생이 설계하고,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이 학생의 진로와 연결되어 기록되는 과정은? △진로와 연계된 교육과정 활동이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아야 △진학을 위한 기록이 아닌 교육과정, 학생중심의 수업 및 관찰평가를 주문했다. 특히 "획일화된 교육과정 중심이 아닌 학생의 성장과정 중심의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 말했다.

교사들의 과다한 업무해소 개선도 기대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동원고 공기택 교사는 "생기부는 학생들 자체에 대한 기록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생기부가 아니고 사(死)기부다. 불필요하고 사소한 지침이 너무 많다. 교육과정을 충분히 가르치는 교사들의 평가를 대학이 믿고, 뽑으면 되는데 왜 그게 잘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토론결과 의견을 모으는 교사들.


◆"자신의 역량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평가 중심으로"= 토론 참석자들이 쏟아낸 결과와 설문지 답변을 중심으로 좌담회가 이어졌다.

윤용근 경기도 구리 생명과학고 교사는 "고등학생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학생 스스로 자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잠재성을 키워내는 데 수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3학년은 입시 부담이 커서 교사들이 학생 개별 잠재성보다 입시 지도에 훨씬 중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윤 교사는 '2015개정 교육과정' 적용과 교사 연구회조직을 통해 수업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 대학 가지 않는 학생들도 학교 학습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표 수리고 교장은 "성장이란 학생 스스로 주인이 되어 도전하고 성공하는 다양한 경험의 과정이다"며 "학생 참여형 수업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수업 나눔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함께 하는 게 어떨지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길러내려는 인재상은 확고하게 설정되어 있다. 더불어 살 줄 알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줄 아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전체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도 이어졌다. 조벽 교수는 "이번 토론회 주제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언급한 것 같다. 평소 생각했던 학생부와 입사제가 잘 맞물려 있다. 이 제도는 반드시 한국의 인재 양성과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해 안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 핵심이 바로 신뢰에 대한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 교육 현장 안착 등을 위한 종합적 대안과 검토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장 교사들과 충분한 소통을 위해 전국 주요도시를 찾아다니며 원탁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탁회의는 전국 고교 교사 630명과 입학사정관들이 6개 권역에서 개최한다. 경기도(4.4) 서울(4.18) 대전(4.30) 대구(5.10) 부산(5.22) 광주(5.30) 순으로 열린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차관 오기 직전 몇 년 동안 고교 교장 업무를 맡았다. 학생성장에 대해 교사나 사정관들의 입장과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해봤다. 다들 대입중심으로 평가하고 기록하는 분위기다.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렇지만 대학에 가지 않는 30~40%와 그중 절반은 진로에 대한 목표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적중심으로 무의미하게 입학한다는 점이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하루하루 생활하는 자체가 의미 있고 행복한 생활이 되도록 도와주는 게 교사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서도 학교에 있어야만 하는 여러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생각하면서, 그런 아이들의 성장을 우리가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토론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좌담회 참석자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 협의회장(경상대 입학사정관팀장)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
▶지명숙 경기도교육청교육과장
▶김종표 경기 수리고 교장
▶윤용근 경기 구리고 교사
▶박백범 교육부 차관

[고교 교사-대학입학사정관, 원탁회의서 무엇을 남겼나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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