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대학입학사정관, 원탁회의│④ 입사관들이 생각하는 수업, 평가, 기록은?

"학생부 기록, 교사와 학생 피·땀·눈물 스민 성장 자서전"

2019-05-14 11:28:35 게재

입사관, 잠재력과 과정중심 평가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교사, 미래사회 적응력 높일 수 있는 융합수업 추진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중심교육’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갈등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만 갈등의 골은 풀리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현장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학생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과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교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교사마다 다른 정량평가 기준과 방식을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사관은 학생 성장 과정과 교사들이 기록한 내용을 입시중심이 아닌 학생 평생 학습 기준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원탁토의 좌담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생부 기록에 대해 생생한 증언과 제안도 내놨다.

10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고교-대학간 소통과 공감을 위한 네 번째 원탁토의가 열렸다. 교사들과 입사관들은 학생성장을 중심에 놓고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 것인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심성국(경북 영천고 졸업. 경북대학교 수학교육과 1학년) 군은 “교사들이 자세히 들여다보긴 해도 방법적 기록의 한계가 있다”며 “본질과 철학적 바탕에 근거한 기록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은주(서울대학교 의예과 2학년)양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과 거리가 멀었다. 공교육(학교)에서 이정도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고,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질문을 많이 하면서 풀었다”고 설명했다.

조양은 학원이나 과외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특히, 동아리활동 과정에서 진로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진로교육 시간에 ‘미래 자신의 명함’을 만들었다. 의사가 꿈이어서 의사 명함을 만들었다. 조 양은 “선생님이 단순한 의사 명함이 아니라 ‘나만의 의사명함’을 만들어보라고 하셨고, 나는 평소 좋아하는 음악과 미술을 접목했다”며 “‘환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의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명함에 담았고 대학 진학까지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10일 대구에서 네 번째 원탁회의가 열렸다. 대구 울산 경부 지역 교사 75명, 임학사정관 23명이 참석했다. 대학생과 학부모, 지역 기업인 150여명이 원탁토의와 좌담회를 지켜봤다. 수도권 교사와 입사관들의 이야기와 달랐다. 학생 개인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수업, 평가, 기록의 내실화를 토의 핵심주제로 삼았다. 고교-대학간 소통과 공감으로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교육부 의지도 담았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총 6회를 진행하는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다.


◆‘수업-평가-기록’의 신뢰도 높이기 = 교사들은 ‘내실 있는 수업-평가-기록’을 위한 실천 활동을, 입학사정관들을 이를 입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했다. 공통분모는 수업과 기록, 평가였다. 시간이 갈수록 토론자들은 학생에 대한 생생한 기억들을 쏟아냈다. 토론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자신의 생각을 쪽지에 적어 조별 기록 판에 붙였다.

교사들은 실제 문제(미래사회의 불확실성) 해결 능력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지 고민했다. 이를 위한 학생 수준별, 주도 수업 지향, 미래사회에 적응 능력을 공통분모로 도출했다. △보상과 평가를 배재하는 교육 △학생중심 활동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 구성 △학생 관심 분야를 이해하는 교사의 지속적 관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 △수업과 기록 외 업무 과다 △ 수업-평가-기록을 위한 학생성장 내면화 관찰 △교사의 능력함양(역량강화) △활동중심, 진로연계 등 다양한 수업 변화 추구 등을 제시했다.

입사관들은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수업과 ‘선택과 집중’이 잘 구분되도록 기록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이고 사실에 기반 한 학생 활동 기록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혀있는 ‘수업-평가-기록’은 선생님과 학생의 피, 땀, 눈물의 자서전이자 성장 기록부 △진로활동 주도성을 통해 학생의 다양성이 잘 나타남 △공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평가 △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사실 중심의 평가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 중심의 교육현장 조성 등을 주문했다.

◆ 학교와 대학의 역할은 = 학생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와 대학은 어떤 역할과 협력을 해야 할지 의견을 모았다. 현실에 얽매인 입시 결과가 기록과 평가의 중심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제대로 된 진로교육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고교 교육활동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학습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사들은 교육청이 참여하는 ‘학부모+고교교사(담당자)+입학사정관’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른바 학부모 중심의 원탁회의를 열자는 것이다.

교사들은 △열악한 고교환경 개선 △고교와 대학간 원활한 소통 △대학에서 학생 진로 관련 정확한 정보 공개 △대학의 평가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 등을 요구했다.

입사관들도 결과보다 과정중심의 교육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고교와 대학이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키고, 교사와 입학사정관들 간 정보교류의 장(場)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입사관들은 △진로탐색 강화 △정직한 평가를 통한 학생 선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수업으로 전문성 신장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고교에서는 학생진학 사례를, 대학은 선발 사례를 공유 등을 주문했다.

원탁토의 좌담회 참석자들


◆ 입학 후 학생 성장 과정 들여다 볼 수 있어야 = 교사들은 입사관들이 학생부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선발과정에서 성장에 중점을 두는지 구체적인 사항을 짚어나갔다. 특히 가능성과 창의성이 높은 학생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투명한 공개와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사는 “낮은 성적을 받았지만, 1년 동안 학생 혼자서 사진 찍고, 실험하고, 관찰일지를 써서 대학 간 학생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친구들에게 잘 모르는 내용을 설명해주고 복습하는 학습방법을 가르쳐준 수능만점 받은 학생을 떠올렸다. 비록 성적은 낮았지만, 스스로 동남아 언어를 배우고 익혀 관련 학과로 진학한 학생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김남기 공주대학교 입학사정관은 “교사 연수 등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자료를 같이 공유하고 입사관은 어떻게 평가했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관들은 “학생 스스로 잠재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자생적 교육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학 당시 고교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원탁토의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데 갈수록 감명 깊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차관하기 전에 고교 교장을 2년 반 했다”며 “학생 기록부에 아이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데 과연 대학에서 이를 제대로 평가할지, 과장되었다고 오해하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학생부에 담긴 내용은 교사와 학생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라고 설명한 입학사정관님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좌담회 참석자
김남기(공주대학교 입학사정관), 류수목(김해 율하고 수학교사), 심성국(경북대학교 수학교육과 1학년), 조동인(지역 창업지원기업인 미텔슈탄트 대표), 조은주(서울대학교 의예과 2학년), 박백범(교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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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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