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결과’ 놓고 거센 후폭풍
정치권.시민사회, 특검.국정조사 필요성 제시
참여연대, "꼬리자르기 수사"라고 비판
검찰이 내놓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수사결과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수사가 벌써 3번째인데 이번 수사결과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특검과 국정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압진술 있었는데 검찰이 묵살 = 가장 논란이 심해지고 있는 부분은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수사가 이루어졌던 2013년 당시 경찰에 대한 외압 여부다. 검찰 수사단이 외압은 없었다는 결론을 발표했지만 경찰 관계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증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었던 이세민 전 경무관은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외압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학배 전 경찰청 수사국장이 청와대 전화를 받고 부담을 느꼈던 점이나,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에 직접 찾아왔던 사실 등을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단은 이번 수사결과를 밝히는 브리핑에서 “모든 경찰이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경무관의 반박 내용이 알려지자 그런 진술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검찰 수사단 관계자는 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이세민 전 경무관은 청와대와 직접 소통 통로가 아니었고 전해들은 내용으로 외압이라고 느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청 와대 연결라인이었던 김학배 당시 수사국장은 외압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반발하는 경찰은 이 전 경무관만이 아니다. 당시 수사팀에 있던 한 경찰관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경찰청장이나 수사국장 등) 윗사람들이 (외압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을 텐데 검찰이 이들 주장만 받아들였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보고경위도 규명 안돼 = 2013년 당시 김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청와대에 보고한 경위를 놓고도 검찰과 당시 경찰 수사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당시 수사팀 실무 책임자였던 강일구 총경은 최근 CBS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 임명 전에 (김학의 동영상 내용을) 수차례 상부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수사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도 김 전 국장의 진술내용에 기반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경찰 내부 보고과정은 원래부터 관심사안이 아니었다”면서 “당시 청와대 연결라인은 김 전 국장인데 김 전 국장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강 총경이 당시 청와대에 직접 들어가 보고했다는데 그것 역시 김 전 차관 임명된 당일 오후로 사후보고였다”고 밝혔다.
◆수사의지 의심받는 검찰 = 지난 달 29일 대검 과거사위가 수사촉구했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 윤중천씨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사위는 이들 검찰 고위 관계자들의 검찰 시절 보직과 윤씨의 당시 형사사건과 연결된 부분을 짚으며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 가능성을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단은 이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부족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윤 전 고검장은 2013년 경찰 수사 때 사진을 본 윤씨 운전기사가 과거사위에서 “별장에 온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게 수사촉구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정작 검찰에는 “그렇게 진술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윤 전 고검장이 별장에 출입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수사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학의 수사 후폭풍이 거세질수록 특검 도입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이미 특검 및 국정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결과와 관련해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등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수사결과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김학의 사건에 전직 검찰총장 등 고위 검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되어 있고, 그동안 검찰이 고의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중간수사결과는 검찰조직과 전현직 검사들을 비호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며 특검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