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자리포트
‘얕은 수’ 미국, ‘양치기소년’ 신세 전락
2019-06-21 12:47:29 게재
‘이란, 유조선 공격’에 일·독 “미국 못 믿어”
영·프·독 ‘달러 우회 결제시스템’ 곧 출범
‘최근 오만만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 사건 배후는 이란’이라는 미국측 주장에 독일 외무장관 헤이코 마스는 “미국이 제시한 영상증거만으로 충분치 않다. 최종 결정을 하려면 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반응은 더 거칠었다. 싱가포르로 향하던 일본 국적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당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들과 회담을 진행하던 때였다. 아베 총리의 한 참모는 “미국의 설명은 추측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란을 주범이라고 특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아니다. 미국이 그렇게 주장해도, 우리가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외교부의 익명의 관리는 ‘이란만이 유조선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언급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미국 또는 이스라엘의 ‘자작극’(false flag)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군사동맹이다. 일본엔 5만6000여명, 독일엔 3만5000여명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윌리엄 갤스턴은 19일자 칼럼에서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개탄했다. 외교·군사적 측면뿐 아니다. 달러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유럽 3개국은 달러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이란과 물물교환하는 결제시스템(인스텍스·Instex) 개발을 완료, 첫 거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 3개국 특사는 지난주 이란을 방문, 인스텍스와 관련한 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합의문은 △유럽 3국과 이란은 합법적 거래를 유지하고 경제관계를 촉진한다 △유럽 3국은 이란 국민이 직면한 경제적 압받을 이해한다 △인스텍스를 통한 첫번째 거래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한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인스텍스의 정착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유럽의 민간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배제될 각오를 하고 이란과 거래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 프랑스 3개국 정부가 달러시스템을 우회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처음 있는 시도다. 이들 나라는 ‘유럽이 누구와 거래해야 하는 지를 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지 미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터키 중국도 인스텍스에 동참키로 했다. 미국의 동맹들이 잇따라 반기를 든 배경은 미국의 얕은 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터프츠대 역사학 교수인 게어리 럽은 20일 ‘카운터펀치’ 기고에서 “미국의 심산은 이란과의 긴장을 높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상대로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과 독일이 얕은 수를 그냥 보아넘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석유수출을 제로로 만들려는 이유도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국의 셰일석유·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매체 ‘스트래티직 컬처’는 최근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인한 저유가 상황은 미국 셰일업계 전반을 파산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시장 접근을 봉쇄하는 동시에 중동 위기를 부추겨 유가를 올리면서 자국 셰일업계를 살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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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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