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외환거래위반’ 무더기 제재

2019-06-24 13:54:10 게재

금감원, 작년 수백건 적발

과태료부과, 검찰로 이첩

자금세탁방지의무 강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가상화폐)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강제한 국제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해 제재조치를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7년 말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고 있던 시기에 국내에서 해외로 자금을 보내 해외에 위치한 취급업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인 수백명이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해외송금 사례를 무작위로 샘플링해 조사한 결과 특정인이 3000달러(건당 송금한도) 이하로 여러 차례 송금한 일명 ‘쪼개기’를 통해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매입한 사례를 수백건 가량 적발했다.

금감원은 적발된 사례 중 쪼개기 송금이 명확해 보이는 사례를 추려서 조사를 벌였다. 적발된 개인들 중 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건은 검찰로 보냈다. 현행 법규상 위반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면 검찰 통보대상이다. 검찰에 통보된 사건만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매입할 수 있는 가상화폐를 외국에서 매입하려고 한 이유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2017년 말 비정상적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취급업소에서 거래된 가상화폐는 해외보다 40% 가량 높았다. 따라서 해외로 송금해 가상화폐를 산 뒤에 국내 거래소에서 팔면 높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었다.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들은 당시 거래 사유를 증빙할 필요 없는 해외송금 한도가 건당 3000달러(현재 5000달러 상향) 이하라는 점을 이용해 여러 차례 나눠서 고액의 현금을 송금했다.

해외직접투자인 경우 1만달러만 투자하면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연간 거래금액이 5만달러 이내일 경우 신고가 면제되지만 해외직접투자는 일반적인 자본거래와 달리 취급된다.

지난해 신규신고 위반건수는 726건으로 전년도 542건에 비해 25.3% 증가했다. 과태료 부과 대상은 지난해 664건으로 전년도 337건에 비해 49.24%, 검찰이첩 사건은 지난해 64건으로 전년도 37건 대비 42.18% 증가했다.

국내 은행 대부분은 당시 특정인이 해외송금을 3000달러 이하로 쪼개서 보내는 것을 자동체크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대해 시스템 정비를 요청했고 현재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최근 오르고 있지만 2년 전처럼 국내 시세가 해외 대비 더 비싼 상황은 아니라서 해외송금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인이 없다”며 “하지만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면 거래 정지가 됐더라도 타인 명의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은행이 자동감시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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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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