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암호화폐 규제 강화 ··· 고객 자산관리 우려 여전
결제수단에서 자산으로 인정
거래·자산관리 규제 강화
금융청, 페북 '리브라' 촉각
일본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돼 있지만 2~3차례에 걸친 대규모 자산 유출 사건으로 트라우마도 깊다. 최근 일본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정립하고, 거래와 고객자산관리에 대한 거래업체의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법개정을 했지만 여전히 우려가 깊다. 여기에 일본 금융청은 페이스북이 내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리브라'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지난 5월31일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근거를 담은 금융상품거래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참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법개정의 핵심은 기존에 '가상통화'로 이름붙였던 암호화폐를 '암호자산'으로 바꿨다. 아울러 법적으로 결제수단에서 금융자산으로 성격을 분명히 하고, 거래업체 등의 의무도 보다 강화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개정의 주요내용에 따르면 △고객 자산에 대해서 인터넷망에서 차단한 상태에서 관리 △불법적인 유출에 대비해 고객 변상금 확보 의무화 △거래금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예치금 상한 설정 △거래업체의 재무정보 공개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일본이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앞장서 강화하는 데는 대규모 불법 유출 사건의 영향이다. 지난해 1월 일본 코인체크 해킹에 따른 피해액만 580억엔(6090억원)에 달하는 등 수차례의 암호화폐 유출에 따른 대규모 피해를 경험했다.
일본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법개정으로 보다 투명한 거래를 통해 시장규모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했다. 암호화폐 거래업체인 비트포인트재팬의 오다 사장은 "시장이 건전하게 정비되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포함해 시장이 넒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해 부정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코인체크를 인수한 마넥스그룹의 마쓰모토 사장은 "해커는 약한 곳을 노린다"며 "업계 상위의 업체로서 안전대책을 마련해 고객 자산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고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다 책임있는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일본 최대의 메신저 앱 '라인'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올해 하반기중 암호화폐 거래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야후재팬도 자회사인 Z코퍼레이션을 통해 거래소를 설립하고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의 불법 유출 등 자산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일본 언론은 대규모 해커집단에 의한 불법적인 자산유출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3월 유엔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2017년부터 2018년에 걸쳐 암호화폐업체에 대한 해커 공격을 통해 5억달러 이상을 탈취했다고 보도하는 등 암호화폐 자산관리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한편 일본 금융청은 미국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에 대해 '암호자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기울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금융청은 암호화폐에 대해 '법정통화 또는 법정통화를 대신하는 자산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리브라'가 미국 달러나 유로 등의 법정통화를 예치금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금거래나 송금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암호화폐가 급격한 시세변동으로 투기화될 위험성이 큰 데 반해, 리브라는 심한 시세변동을 막도록 설계해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리브라가 암호화폐가 아닌 일반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경우 은행 등 기존 금융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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