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오늘부터 본격 시행
재정난에 강의 축소, 난제 산더미
대학·학생·강사 현장 불만 고조 … 정부 지원책도 늦어져
교육부 등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으로 시간 강사들은 대학의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고, 1년 이상 임용되고 최대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받는다. 방학 중에도 임금이 지급된다. 강사법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대학에서 강사·강의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6월 '강사제도 현장 안착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를 강화하고 '대학 및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의 핵심 성과지표에 '총 강좌 수'를, 세부지표에 '강사 담당학점'을 반영하기로 했다. 즉, 강사를 많이 해고하는 대학에 대해 정부 재정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경고였다.
교육부는 특히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280억원)을 편성해 해고로 인해 연구 경력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이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발표에 사립대학들은 재정 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데 정부가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돈줄을 틀어쥔 교육부에 반기를 들 대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정 여건은 그대로인데 강사 인건비가 늘어나면 다른 교육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현장 혼란 현실화 = 교육부 경고 속에서도 대학의 강사·강의 축소는 현실화됐다. 사립대학의 경우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황이라 강사법이 재정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각 대학들에 따르면 올해만 1만여개의 강사 자리가 사라졌다. 교육부가 자신했던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도 추가경정예산에 기댄 탓에 국회 사정으로 지원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각 대학들이 수강신청 당일까지 강사와 강의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자 학생들의 불만이 터졌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달 31일 "전국의 대학생들은 외면받고 있는 수업권을 보장받기 위해, 온전한 강사법 실현을 위한 대학본부·교육부의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수강신청이 다가오는 7월 말에도 2019년 2학기 강의계획안·강의계획서가 없거나 강사 채용이 되지 않아 2학기 수업이 확정되지 않은 대학이 많다"면서 "대학본부는 교육부 매뉴얼 배포가 늦어져 강사 임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공지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대넷은 이런 사태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도 대학들이 강사를 제때 충원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용 논리를 대며 강사 1만 명을 해고하고 여러 꼼수로 학생들이 들어야 할 수만 점의 학점을 없앤 대학, 턱없이 배정된 대학별 지원금, 하루하루 늦어지는 강사법 매뉴얼 배포를 보며 수강신청과 강사임용 혼란을 예상했다"면서 "대학과 교육부가 전국 대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은 2학기 개강을 한 달가량 앞두고 강사 채용을 매듭짓지 못하거나 강의 수를 줄여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강사 신규 채용 공고를 완료한 학교는 전국 대학 328곳(4년제 일반대학 191곳·전문대학 137곳) 중 106곳(32.3%)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나머지 222곳(67.7%)은 1차 공고만 내고 추가 모집 공고를 준비하고 있거나, 강사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들이 강사법에 따라 강사 공채를 처음 하다 보니 절차가 다소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사 채용 계획이 있음에도 아직 공고를 한 번도 안 낸 학교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생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 이처럼 대학들의 강사 채용이 늦어지고 강의 수가 줄어드는 데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대학본부와의 면담 결과를 SNS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5일부터 2학기 수간신청을 받을 예정인 한국외대는 959개에 달하는 강좌의 강의계획서와 강사를 배정하지 못한다. 이 대학은 강사법 시행으로 700여명의 강사를 공개 채용해야 한다. 1차 강사채용은 수강신청 전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2차 강사채용이 8월 말에나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수강 정정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4일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2학기 강의 수가 2018년 2학기에 비해 감소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상당수 강의에 강사가 배정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궁여지책이 아닌 실질적인 해답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서울대의 경우도 1일부터 2학기 수강신청을 시작했지만 예비수강신청 기간에 개설된 3661개 강의 중 356개(9.7%) 강의가 강사 미배정 상태로 남아있다. 또 766개(20.9%) 강의는 강의계획서도 게재되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은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신규 공채하면서 예년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돼 발생한 사태라고 한다"면서 "강의는 물론 교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수강신청을 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강사법은 처지를 비관한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 서 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자 국회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이듬해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학과 강사단체 모두가 반대하면서 4차례 유예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8년만에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