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대체투자, 사전 위험관리 중요"

2020-06-15 12:14:20 게재

절반 이상 해외투자 … 복잡한 투자구조·비대칭정보 등 한계 많아

시장 급변 시 대규모 손실 예상 … 심의단계에서 리스크 심사 강화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가 급증했다. 특히 국내외 연기금들의 대체투자 비중은 전통 자산군의 지속적 수익 하락으로 인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본의 급격한 유입으로 경제성이 낮은 딜, 즉 부실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대규모 손실 사례가 늘어나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 자산의 특성상 사후적인 대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투자 심의 단계에서부터 스크리닝 강화 등 사전적 리스크 심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체투자금액 244.7조원 =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부동산, 특별자산, 혼합자산 등 국내대체투자 설정규모(AUM)는 펀드와 일임 포함 244조7329억원에 달한다.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2016년 연말 기준 104조4764억원으로 100조을 넘은 뒤 2017년에는 134조3770억원, 2018년 174조334억원으로 매년 28%~ 30%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말 235조392억원에서 4.1%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투자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다소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투자와 관련한 신규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미뤄지면서 자금 유입 흐름이 축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의 절반을 웃도는 해외 투자펀드의 경우 현지 부동산 등에 대한 현장실사가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가 정체됐다. 대체투자 펀드 중 해외 비중은 52% 수준에 달한다.

국내 기관이 직접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이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체투자에 자산배분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사태로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국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의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글로벌 대체시장 규모(AUM)는 10조 달러로 2000년 대비 10배 정도 성장했다.

◆"사후 대처 한계 크다" = 문제는 대체투자자산의 특성상 위험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한국재무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연기금의 대체투자, 가치평가와 리스크 관리' 심포지엄에서 오지열 한양대 교수는 "대체투자자산의 투자목적관점, 특정 리스트에 대한 집중도 관점, 현실적 기대수익률 등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된 사전적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가 확립돼야 한다"며 "이는 자산운용지침(IPS)상에 명확하게 반영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또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원천 기술 획득'이라는 미명 하에 셰일 산업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던 상당수 에너지 PE들이 최근 코로나19와 원유시장 치킨게임이라는 이중고로 큰 손실에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체투자는 사후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체투자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투자 구조 △비대칭적 정보 △낮은 유동성 △다양한 투자 유형 등은 가치 평가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 교수는 "사후적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다면, 투자 초기, 즉 투자 심의 단계에서의 스크리닝 강화를 통해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최소화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투자목적 별로 대체투자 내 자산군들을 묶어, 각 자산군 내의 세부 리스크가 편중되어 있지는 않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전 스크린 단계에서 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이날 "대체투자 자산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신뢰성 있는 평가 자료를 확보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양한 투자 대상 증가로 분야별 공정가치 평가를 위한 전문가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에서 진행되는 투자 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현지 자문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다.

이에 박 부대표는 대체투자에 대한 평가에 대한 개선방향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 필요성의 인식 △객관성 있는 평가자료의 확보 △평가전문가의 확보와 참여 △신뢰성 있는 평가 프로세스와 검증 등이 필요하다"며 "리스크를 고려해볼 때 외부 평가 비용을 투자비용으로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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