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사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보상 어디까지?

"누수 원인된 자택 수리비도 보상"

2020-08-05 11:42:00 게재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 … "손해방지비용에 해당"

손해보험 특약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은 일상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에 대한 피해 비용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우리집 배관에 문제가 생겨 아랫집이 누수 피해를 봤다면 아랫집 수리비를 보상해준다. 그런데 만약 아랫집 수리비용 외에 누수의 원인이 된 우리집 배관을 수리한 비용도 이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최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는 손해방지를 위해 노력한 비용인 만큼 보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5월 한 손해보험사와 '일상생활배상책임(가족)보장특별약관'이 부가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3월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으로 물이 흘러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수리업체를 통해 피해 아파트 욕실 천정 부분의 환풍기, 조명 등을 수리했고 이 업체에 58만원을 지불했다.

A씨는 자택에 대한 수리도 의뢰했는데 수리업체에서 누수원인을 탐지한 결과 A씨 집에 있는 온수배관의 분배기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돼 분배기를 수리했다. A씨는 수리업체에 누수탐지 및 배관공사에 따른 비용 4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피해 아파트의 수리비 58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하면서 자택 수리에 소요된 수리비 40만원을 '손해방지비용'으로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피해 아파트에 대한 수리비는 지급했으나 자택 수리비는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4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보험사는 "자택 수리비는 이미 발생한 누수사고에 따라 피해 아파트로 침수가 확대되는 것을 긴급하게 차단하기 위해서 지출한 비용이 아니고, A씨 자택의 온수배관 분배기가 노후화돼 이를 수리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는 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누수를 예방하기 위한 비용에 해당해, 손해방지비용으로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이 누수사고에서 다량의 물이 급격하게 누출해서 침수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A씨가 누수원인을 파악하고 온수배관 분배기를 수리한 것은 장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 손해방지비용에서 대상이 되는 손해는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만을 의미하므로 물이 새고 있는 부위에 물받이 작업을 하거나 누수로 인한 침수피해가 아래층으로 더 확대되지 않도록 물을 퍼내는 조치 등 손해 자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는 "손해방지·경감의무에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방지·경감할 손해는 대규모로 발생했거나 급격하게 진행되는 손해만으로 한정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하면 그 손해의 규모가 작거나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된다 해도 방지·경감할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누수사고가 발생한 후에 누수원인을 탐지하고 누수가 발생한 온수배관 분배기를 수리한 행위는 이미 발생한 누수사고로 인해 손해가 늘어나거나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이는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를 방지·경감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주택의 하자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하자를 보수해서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는 손해방지·경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수리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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