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지니의 마케팅 이야기
기술·세대변화를 경쟁력 확보 기회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다단계 판매업체 주요 정보 공개'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네트워크 마케팅(직접판매) 업계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018년(5조2208억원) 대비 76억원(0.15%) 증가한 5조2284억원이다. 2007년 총 1조7743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12년 만에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시장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는 대목이다. 업체 수와 판매원(회원) 수도 함께 늘었다. 2007년 65곳에 불과했던 업체 수는 130곳으로 2배가 됐다. 318만8000여명이었던 회원도 800만명대다. 물론 회원 한명이 여러 곳에 중복 가입한 경우도 있어 실제 이보다 적을 수는 있다.
고객과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직접판매 시장이 거센 변화의 바람에 직면했다. 이른바 '언택트마케팅'이 트렌드 키워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언택트는 '아니다'를 의미하는 영어 접두사 'un'과 '접촉'을 의미하는 단어인 'Contact'를 합친 신조어다. 즉 '접촉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Z세대 부상 주목해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와 이에 따른 언택트마케팅 부상으로 소상공인과 골목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반면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A사는 창립 10년 만인 지난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언택트마케팅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언택트마케팅의 성장이 예고됐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등장한 기술 중에 하나가 바로 언택트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이 오프라인 산업현장과 융합되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 결제 키오스크, 챗봇, 셀프 계산대, 드론 배송 등이다. 실제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해마다 발행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2018년 판에서 주목할 만한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언택트마케팅을 꼽았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급격하게 마케팅 영역의 대세로 떠올랐다.
기술진보와 코로나19 이외에도 우리 사회 주류세대 변화도 언택트마케팅 부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90년대생이 몰려온다' '58년 개띠의 퇴장'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변화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이른바 밀레니얼세대로 주도권이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대 초반~1995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하다. 또 대학 진학률이 높은 덕분에 지적수준이 높아 새로운 기술에 적응도 빠르다. 특히 Z세대라고 불리는 90년대 세대의 부상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들은 소위 면대면 보다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에 더 익숙한 경우가 많다.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판매원과 나누는 대화도 불편해 한다. 실제로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타다' 열풍이 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업자 개개인 변화도 요구
이런 경향으로 볼 때 언택트 기술은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관계와 연결성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언택트 기술의 수요를 느낄 것이고 이에 따라 공급을 위한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판매는 가장 대표적인 면대면 마케팅 영역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마케팅 분야 종사자 대부분이 대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언택트마케팅 확산이 자칫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시대변화는 영업자 개개인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사에서 시대변화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눈을 모른척했던 수많은 제국들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들의 운명이 이랬거늘 개인이야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영업자들도 대면영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SNS 등 정보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양한 전달체계를 통해 고객에게 자신의 생각과 가치 그리고 진심을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술변화와 세대교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오히려 자신만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고 장기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겨 낼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