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트럼프, 중동정책 최대 시험대
이란은 말 안 듣고
군사적 확전은 부담
미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끝없이 올라가도 결국 같은 곳에 도달하는 ‘펜로즈 계단(Penrose stairs)’”에 비유하며 실질적 해법 없이 악순환에 갇힌 상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가도 전면전 가능성은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후 다시 이란을 향해 더욱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출구 전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체결된 종전 MOU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문제 삼아 이란과 다시 군사 충돌에 나서면서 양측이 폭력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MOU가 무력충돌 중단에는 성공했지만 갈등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와 상호 신뢰 구축이 부족한 상태에서 체결돼 구조적으로 취약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후속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을 이어가며 통제권 유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확전도, 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전 MOU 체결 당시에도 전쟁 장기화가 중간선거에 미칠 부담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무력 충돌 재개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국 내 물가 부담과 경제 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드론과 소형 무기를 활용한 비대칭 전력이 확산된 상황에서 대규모 군사작전만으로 이란의 해협 위협 능력을 제거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반면 미국이 사실상 개입을 축소할 경우 “불필요한 전쟁 끝에 이란의 영향력만 키워줬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의 중동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무력 충돌을 봉합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더라도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60일간의 후속 협상이 이미 3분의 1 이상 경과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문제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핵심 성과로 내세우는 IAEA 사찰 수용 여부를 놓고도 이란 내부에서 엇갈린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도 대이란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공군 조종사 수료식에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재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세 번째 ‘청백 공습’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시 행동에 나선다면 훨씬 더 강력한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과 그 대리세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작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이날 이란 남부 부셰르 원전 인근에서는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부셰르 외곽 군사기지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발사한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 이어 요르단 내 미군 시설을 향해서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