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스코프3’ 유예가 초래할 경쟁력 위기

2026-07-10 13:00:01 게재

차일피일 미뤄지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이 드디어 공개됐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논의됐던 30조원 이상에서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한국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를 택한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안에는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스코프3’(기타 간접배출) 공시 3년 유예다. 글로벌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따르면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 75%가 스코프3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과 전환 리스크를 보여주는 핵심정보인 스코프3를 제외한 ESG 공시는 반쪽짜리 공시일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스코프3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와 프랑스 법원은 잇따라 쉘, 토탈에너지스 등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스코프3 정보공개와 감축에 대한 법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만 규제완화라는 명분 아래 3년의 유예기간 뒤에 숨게 된다면 향후 해외수출 및 투자유치 과정에서 적지않은 법적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

‘2028년 10조원 이상, 2029년 5조원 이상’이라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30년 자산 2조원 이상 확대’에 대해서는 ‘검토’ 수준에 머물러 시장에 불확실성을 남겼다.

공시의무가 기후에 국한된 점도 한계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ESG를 표방한다면 환경(E) 중 기후 외 영역과 사회(S), 지배구조(G) 정보까지 포괄하는 통합 공시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최종안은 이들 영역 대부분을 자율공시에 맡겼다. 이는 기업별 공시 수준의 편차를 키우고, 투자자에게 비교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법정공시 도입 초기 3년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폭넓게 면제해 주는 ‘세이프 하버’ 규정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제도 안착을 위한 기업 부담 완화 취지는 이해하지만 면책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대한 제재마저 모호해질 수 있다.

이제 ESG는 기업윤리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다. ESG 공시 역시 단순한 행정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그런 만큼 정부여당은 기업의 단기적 부담완화보다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제고를 우선해야 한다. 최종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라도 ‘시장 생태계의 선순환’ 관점에서 ESG 공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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