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청년이 바꾼 골목 풍경
강동구 성내동 문화거리
변종술집 대신 공방 가득
주민공동체 공간 재단장
"카페라고는 하는데 낮에는 문 닫고 밤에만 여는 그런 곳 있잖아요. 3~4년 전만 해도 이 골목이 '술집촌'이었어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영동(61) 성내3동 통장협의회장. 그는 "닫힌 문이 열린 것만으로도 좋은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골목을 오간다"며 "올해 들어서는 거리가 한층 깨끗해지고 주거환경이 좋아지는 등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변종 카페거리'로 불리던 성내동 일대가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청년들 덕이다. 36개에 달하던 업소 건물주와 영업주를 일일이 설득, 성내도서관 인근 한곳을 확보한 게 시작이었다. 그 자리를 솜씨는 좋지만 자금력이 약한 청년 창업가에 내주었다. '마음씨 좋은 조력자'라는 뜻을 담은 '엔젤'에 청년들이 물건을 빚어내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엔젤공방'이라 이름 붙였다.
점포 임대보증금, 대수선 비용과 함께 첫해 월세 50%까지 지원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하나둘 골목에 둥지를 틀었다. 2016년 1호점을 시작으로 도자기 가죽 젓가락 애견장신구 등 다양한 점포가 21개까지 들어섰다. 그야말로 '엔젤공방 거리'가 된 셈이다.
강동구는 지난 5월 거리 한켠에 엔젤공방 허브센터를 마련, 공방과 거리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일대를 사회적경제거리로 육성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맡겼다. 엔젤공방과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과 함께 교육·체험장, 1인 작업장 등을 배치했다.
엔젤공방거리와 지척인 골목과 담장에는 만화 옷을 입혔다. 강풀 만화가 작품에 등장하는 명장면 50선을 벽화로 그린 '만화 특화거리'다. 2013년 조성 이후 매년 방문객이 140% 이상 늘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골목 곳곳에 맛집 카페 등 청년점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강동구는 만화거리 인기에 힘입어 만화를 매개로 한 주민공동체 공간을 마련했다. 강풀 작가의 웹툰 '바보' 주인공 이름을 딴 '승룡이네집'이다. 카페와 쉼터, 만화도서관과 문화공간 등을 배치했다. 특히 3층 작업실에는 웹툰 작가 4명이 입주해 작업을 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나눔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별빛이 더해졌다. 만화거리 내 상가가 밀집한 이면도로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한 '별빛거리'를 조성했다. 250m에 달하는 골목에 밤이면 별빛이 반짝이는 듯 감성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야간시간대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보행 안전성을 높이고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엔젤공방은 성안로 주변 변종업소를 걷어낸 자리에 청년공방 입점을 지원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혁신 사례"라며 "일대가 공방특화 문화거리로 발전하고 보행자 중심의 쾌적하고 매력적인 거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