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오일' 갑자기 대세가 되다
블룸버그통신
1년 전만 해도 석유업계 누군가가 "이미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래하는 시점(피크오일)이 지났다"고 주장했다면, 즉시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리고 2020년이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비행기가 올스톱됐다. 사무실 노동자들은 집에서 일한다. 각종 대면회의는 '줌'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됐다. 전 세계가 움츠러들면서 석유소비는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T를 선보인 이래 가장 급격히 줄었다. 글로벌 석유수요는 하루 평균 2900만배럴 하락했다.
1세기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영국 메이저 석유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지난 9월 이례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인류의 석유수요가 다시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며 2019년이 역사상 석유수요가 가장 높은 때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P가 유일한 곳은 아니다. BP만큼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에너지업계 저명한 전문가들 저마다 피크오일 예측을 내고 있다. 요지부동 석유시대의 종말을 거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20년 후면 석유수요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인정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하면, 올해 팬데믹으로 인한 석유 수요 급감은 과거 역사처럼 수요의 붕괴-수요의 회복이 반복되는 사례가 아니다. 코로나19는 기존의 장기적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인류의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 것인지를 바꾸는 흐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문명사적 전환은 실제 일어나기 전까진 인식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기 전까지 주요 석유 전문가들 누구도 임박한 피크오일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물론 코로나19가 내년엔 약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있기에 피크오일 논쟁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피크오일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각 시나리오별 차이는 결국 정부 정책과 경제적 조건,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평상적인 시나리오는 정책 변화나 새로운 기술이 석유수요에 충격을 덜 줄 것으로 가정한다.
BP의 예상이 유별난 건, 평상시 기준으로 따져도 피크오일이 지났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석유수요는 향후 10년 평탄하다가 최종적으로 하락한다. 여기에 기술과 정책이 가세한다면, 석유수요 감소 곡선은 훨씬 가팔라진다.
피크오일을 예상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 에퀴노는 2027~28년,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2028년, 프랑스 메이저 석유기업 토탈SA는 2030년,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33년, 청정에너지 연구기업 블룸버그NEF는 2035년,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2035년을 내다본다. OPEC는 2040년을 정점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피크오일이 이미 지났는지, 아니면 204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오직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라면서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불가피하지만 전환점이 바로 현재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물론 피크오일을 점치기 어렵다는 예외적 견해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수요가 평탄할 것이지만 아직 피크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도 마찬가지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석유수요는 전기차를 촉진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규제하는 등 전 세계 정부가 더욱 강력한 정책을 실행해야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피크오일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석유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국들은 너무 늦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월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긍정적 데이터가 나오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의 석유수요가 다소 회복되면서다.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이 빨리 나올수록, 전 세계는 경제 정상화에 더 빨리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과거와 같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DB) 주최 포럼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에 급제동이 걸렸다"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회복된다고 해도 우리가 알던 경제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회복중이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경제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여행과 외부활동을 자제한다는 의미다. 물리적 접촉보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한 가상의 접촉에 계속 의존하게 된다. BP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의 약 2/3는 글로벌 경제의 후퇴에서, 나머지 1/3은 사람들의 행동이 영구적으로 변화하는 데서 비롯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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