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법적 공백 없어야 한다

2026-03-27 13:00:01 게재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 형사사법 시스템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공소 및 영장청구 기능만 남긴 이번 개편은 검찰 권한을 구조적으로 분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권력을 나누고 기관 간 견제구조를 만들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출발점은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공개 대화였다. 이 사건은 검찰조직의 권위적 구조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민주당정권은 그 이후 여러차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수사·기소분리라는 제도적 틀은 이제 마련됐다. 하지만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현장에서는 벌써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 지휘가 사라지고, 중수청의 수사개시 통보 규정도 빠지면서 수사 공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관여 없이 진행되는 초동 수사에서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공소기관에 있다. 이에 따라 공소청의 공소유지 역량은 형사사법 시스템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된다. 그 과정에 적법절차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일 또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법원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판 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엄격히 배제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압수수색 범위를 벗어난 증거는 물론 그로부터 파생된 2차 증거까지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절차를 지키지 못하면 범죄사실이 분명해도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사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관심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후속 입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쟁점 중 하나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다.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면 수사통제가 가능해지는 반면, 다시 검사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형사사법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적정한 형벌로 사회질서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사·기소·재판이 분리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번 제도재편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에 가깝다.

이번 입법이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한 진전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남은 7개월이 중요하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남은 시간 동안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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