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장화재 수사, 장기화 가능성 커졌다
집진시설·배관 등에 주목
붕괴위험 현장 감식 더뎌
대전 안전공업 화재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화재 발생원인, 급속한 화재확산 원인, 대피로 유무 등에 대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붕괴위험으로 화재현장에 대한 현장감식이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원인과 책임소재 등을 밝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7일 경찰 노동청 등에 따르면 현재 밝혀진 것은 대략적인 화재발생 시점의 상황이다.
일단 “화재경보기가 울렸다가 곧바로 꺼졌다”는 진술이 당시 공장에 있던 직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경찰은 26일 설명회에서 “꺼진 이유가 누가 끈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직후 직원들이 빠르게 탈출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밝혀진 셈이다. 직원들은 이후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거나 연기를 직접 보고서야 대피를 시작할 수 있었다.
화재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도 나왔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20일 점심시간이었던 당시 공장 1층에는 1명만 남아 기계를 감시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직원이 6개 라인 가운데 4라인 집진기에서 최초로 불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집진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가스 금속가루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일종의 공장 청소시스템이다. 자동차 부품공장 집진기는 ‘양날의 검’처럼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지만 관리가 소홀할 경우 오히려 큰 화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악의 경우 집진기 1차 화재가 배관을 타고 급속히 공장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그동안 원인으로 제기됐던 절삭유 뿐 아니라 일부 발화성 금속가루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경찰 등은 일단 화재 발생원인도 1명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 현장감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진기 화재는 공장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안전공업도 마찬가지다. 소방당국이 밝힌 안전공업 화재는 2009년 이후 모두 7번이다. 이 가운데 집진기 화재가 5번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시에는 모두 불을 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화재 최초 목격자는 “불이 빨리 번졌다”고 진술했다. 실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이 빨리 번졌는지 확인해야 하고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번졌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배관을 타고 불이 빨리 번졌다면 배관 등에 대한 그동안의 관리도 주목 대상이다. 안전공업 노조는 집진시설과 배관 등에 대한 개선과 관리를 회사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소방당국은 최근 집진기 화재가 증가함에 따라 집진시설과 배관 등에 대한 청소작업과 필터 교체, 정전기 예방 전용장비와 불 확산 대비 장치 등의 구비를 요청하고 있다.
대피로 유무 등에 대한 수사도 과제다. 점심시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던 휴게시설로 9명의 희생자를 낸 2.5층 복층의 구조도 아직까지는 추정일 뿐이다. 가벽으로 막아놓은 출입구가 있었지만 이 역시 “발로 찼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다”는 직원 진술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라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도 “신속하게 수사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6일 늦은 오후 마지막으로 사망자 2명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