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KSS해운 창업자 별세

2026-03-27 13:00:10 게재

향년 91세, 제주서 가족장

‘직원이 주인인 회사’ 만들어

박종규(사진) KSS해운 고문 겸 바른경제동인회 회장이 26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27일 KSS해운에 따르면 장례는 고인과 가족의 뜻에 따라 제주도에서 가족장으로 치른다.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대한해운공사에 입사해 선박 도입과 건조업무를 전담했다. 공사에 근무할 때 국영기업을 살찌우고 깨끗하게 가꾸어서 국민에게 봉사하자는 신념으로 사주조합 결성과 100주 사기 운동 등을 진행했다.

대한해운공사가 민영화된 이듬해인 1969년 공사를 퇴사하고 KSS해운을 창업해 국내에서 석유화학 및 가스 해상운송업의 대표적인 상장회사로 성장시켰다.

고인은 생전에 창업 계기에 대해 “(해운공사에 있을 때 작성한 노트를 펼쳐보니) 케미칼 화물수송업이 내가 할 만한 작은 회사로 꼭 알맞은 석유화학 제품 관련 물동량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공장들이 일본에서 원료를 사다가 놔두는데, 일본 배가 운송을 독점하고 있어 그것을 우리나라 배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해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을 동업자로 여겼다. 고인의 창업과 경영 이야기를 담은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2019년. 홍성사 발행)에서 고인은 “기업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묻고 “기업인이 개인적 사리를 추구하지 않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썼다.

그는 1995년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2선으로 퇴진했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15.53%)였지만 사장 추천과 주주배당 결정도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에 일임하고 2003년부터는 고문으로서 한정된 역할에 충실했다.

‘직원이 주인인 회사’에서 그는 “나는 임직원들을 창업 처음부터 동업자로 생각했다. 동업의 기반은 회계 투명성이다. 그래서 리베이트 없는 회사를 만들었다. 내가 그만둘 때는 동업자가 사장이 돼야 한다. 그래서 전문경영인 회사가 됐다. 회사가 이익이 나면 동업자에게 나눠 줘야 한다. 그래서 임직원에게 배당을 주는 성과공유제를 채택했다. 이익배당금을 받는다는 것은 회사의 주인이 됐다는 뜻이다. 직원이 주인 대접을 받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하고 그 결과 이익은 더 커진다”며 직원이 주인인 회사 체제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익배당이 동기 유발임에 틀림없으나 그보다는 신분 상승의 만족감이 더 크다”며 “회사 안에 지시나 명령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자율과 자유의 꽃이 피었다”고 자부했다.

특히 ‘이런 일은 작은 기업이니까 가능하지만 조직이 크면 작용하기 어렵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인간 본성에 역행하지 않으면 조직 규모에 관계없이 작동할 수 있다”며 “KSS해운의 성과공유제는 세상을 바꾸고 기업 경영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1993년 바른경제동인회를 창설해 정도경영 투명경영 운동에도 전념했다. 그는 평소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선생이 그랬듯 △투명한 회계처리 △사주조합 창설 △전문경영인 체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KSS해운은 이날 제4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찬도 대표이사 연임을 의결했다. 이로서 KSS해운은 6대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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