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베센트의 중간선거 유동성 전략

2026-03-27 13:00:01 게재

미국 자산시장이 동시에 조정을 받고 있다. 2025년 10월 2만4000을 돌파했던 나스닥은 2026년 2월 2만2000대로 내려오며 고점 대비 약 6%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2025년 9월 12만3000달러에서 2026년 2월 6만7600달러로 약 45% 급락했다. 금 가격도 온스당 2026년 1월 5300달러에서 3월 20일 4574달러로 약 15% 떨어졌다.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까지 순차적 조정이 이어진 모습이다.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의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정책 흐름은 선거 일정과 맞물린 유동성 사이클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중간선거용 유동성 관리’ 전략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 행정부가 상반기 유동성을 흡수한 뒤 하반기에 공급하는 시간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부터 민간 유동성 공급 가능성 높아

출발점은 2025년 7월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다. 정부 부채 한도를 5조달러(약 36조→41조달러) 증액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는 7월 약 3000억달러에서 10월 9800억달러로 6800억달러 급증했다. 7~9월 사이 약 1조달러의 국채가 발행되면서 시중 자금이 빠르게 흡수됐다.

2026년 1~2월은 미국의 대규모 세금 환급 시즌이다. 통상 이 기간 개인소득세 환급으로 약 2000억~3000억달러의 현금이 가계로 되돌아간다. 그럼에도 TGA 잔고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은 추가 국채 발행이 병행됐음을 시사한다. 1~2월에만 약 4000억달러 안팎의 순유동성 흡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고비는 4월 15일이다. 개인소득세와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등 세수가 집중되는 시점이다. 2024년 사례를 보면 4월 말 TGA 잔고는 9624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세수 유입은 단기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추가로 흡수하는 효과를 낸다.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까지는 계절적으로 ‘현금 블랙홀’ 구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략은 4월 말까지 TGA를 1조달러 이상으로 확충하는 데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월부터는 방향 전환이 예상된다. 6월 말까지 TGA를 낮추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며 국채 발행을 줄일 경우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일정상 9~10월 반등을 유도하는 구조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선행 반응하고 이후 주식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상승 효과는 통상 6~18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이에 따라 5월 이후 공급된 자금이 11월 선거 이전에 물가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러한 유동성 전략이 실제 시장 반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기조가 최소한 추가 긴축으로 전환되지 않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양적긴축(QT) 속도조절이나 금리동결 기조가 병행될 경우 재무부의 유동성 공급 효과는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처음이 아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 역시 유사한 유동성 운용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단기국채 발행을 통해 TGA를 빠르게 확충한 뒤 다시 공급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옐런은 2024년 4월 말 TGA 9624억달러, 6월 말 2124억달러 공급, 9월 말 8470억달러 차입 등 정밀한 조합을 구성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베센트가 당시 해당 전략을 강력히 비판했음에도 현재 정책 운용에서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이란 침공 부정적 여론 극복할지 시험대

시장은 유동성으로 움직이지만 정치는 분배와 체감으로 결정된다. 중간선거에서 베센트 전략이 이란 관련 군사행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동성 환경이 자산시장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치적 지지율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란이 ‘지구전’을 각오하고 중동전쟁에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자극 위험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이는 베센트의 중간선거 재정전략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정치변수와 별개로 5월 이후 전개될 수 있는 유동성 환경 변화는 자산시장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선택적 대응이 요구되는 중요한 국면으로 해석된다.

박진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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