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전쟁의 기술논리와 아킬레스 기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전쟁의 본질을 다시 보여준다. 즉 전쟁은 평시에 축적된 과학기술 역량과 산업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전쟁은 단순한 군사충돌이 아니라 국가 혁신체계의 실전 시험장이다.
미국의 위성정찰 정밀타격 통합방공체계가 전장을 지배하는 동시에 드론이 전장의 양상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수천만원 수준의 드론이 수십억원짜리 방어체계를 압박하는 장면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전쟁의 기술, 평시의 혁신체계에서 만들어져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 전쟁의 기술 논리인데 고가의 정밀·지능형 체계와 저비용·대량 투입 기술이 결합된 구조 속에서 전장이 작동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전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평시의 혁신체계 논리다. 이는 시장 경쟁과 효율 논리 위에 정부 정책이 결합되어 기술·인력·기업·생산 기반이 유지되고 축적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 두 논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킬레스 기술이다. 아킬레스 기술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조선 건조 기술은 한국에는 아킬레스 기술이 아니지만 미국에는 아킬레스 기술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특정 품목이 아니라 약화되거나 사라질 경우 국가와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는 기술–기술인력–기업–생산기반의 결합체다. 우리나라의 경우 드론 기술, 희토류 가공 기술, 모터·감속기 같은 핵심 부품 기술, 인프라 장비 유지 기술, 요소수 생산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첨단기술 여부와 무관하게 각국의 혁신체계 구조 속에서 취약지점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통해 경제안보품목 지정, 비축, 수입선 다변화, 조기경보체계와 함께 기업 지원, 연구개발, 국내 생산기반 확충까지 포함하는 정책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공급 불안정에 대응하는 시장 실패 보완정책으로서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그 중심은 여전히 품목의 비축과 수입 다변화 등 안정적 확보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아킬레스 기술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평시에는 작은 내수시장, 낮은 수익성, 높은 생산단가 속에서 시장논리가 작동하면서 해당 기술과 생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거나 소멸한다. 그 결과 위기상황에서는 단순한 공급부족을 넘어 국가 시스템과 산업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준다.
아킬레스 기술 유지·확장할 수 있는 조건 구축해야
문제는 품목이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제조역량 자체의 약화와 소멸이다. 따라서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우리의 아킬레스 기술과 생산능력을 유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아킬레스 기술 분야에 대해 기술 인력과 기업을 유지·육성·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공공조달과 장기계약을 통해 수요를 정책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셋째, 평시에는 낮은 가동률로 유지되더라도 위기 시 신속히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확장준비 생산체계(warm base)와 생산 전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단순히 생산규모 확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가(time-to-scale)를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전쟁의 기술 논리는 전장에서 드러나지만 그 결과를 좌우하는 힘은 평시에 형성된 혁신체계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가 중시해야 할 것은 품목을 넘어 우리의 아킬레스 기술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필요할 때 즉시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