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인점포 확산 … 대형편의점에 통신업체도 가세

2021-01-12 11:05:39 게재

NTT도코모, 도쿄에 100여곳 개점 예정

세븐일레븐, 도쿄 롯본기 시범점포 개점

코로나19 비대면 확산속 인력부족 대안

일본에서 식료품과 기본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무인점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기존 편의점 업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업체도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정착하는 가운데,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롯본기 무인점포 안에 설치된 카메라 모습. 사진 출처 일본유통뉴스

◆100가지 품목 파는 무인점포 1000곳 개설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소매점을 무인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NTT도코모가 무인점포 사업에 뛰어들어 식료품을 넣은 자동판매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NTT도코모는 컵라면과 과자 등 50여개 물품을 넣은 자판기를 올해 상반기에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100여곳에 개점할 계획이다. 주로 아파트단지나 오피스건물이 많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무인점포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도입하는 무인점포는 기존의 자판기와는 다르다. 사물인터넷(IoT) 등 IT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재고를 관리하면서 비대면 결제시스템을 갖추는 방식이다. NTT도코모가 구상하는 무인점포의 운영시스템은 철저히 IT화와 협업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품을 그때그때 보충하는 일은 위탁업체를 선정해 관리하고, 협력회사인 스타트업기업은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한다. 도코모는 IT기술을 활용해 자판기를 IoT로 연결해 원격 조정을 통해 신선식품의 적정한 온도를 조절하고, 재고를 관리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전용 앱을 다운받아 이를 통해 결제를 하고 포인트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말 세븐일레븐재팬이 IT업체 NTT데이터와 협력해 일본 도쿄의 롯본기에 개점한 무인점포. 사진 출처 일본유통뉴스


거대 이동통신업체가 무인점포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편의점 업체도 바빠졌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이미 500곳에 무인거점을 설치한 가운데, 향후 학교와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1000곳 이상 개점할 계획이다. 다루는 품목도 도시락과 음료, 디저트 등 최대 100개에 달하는 종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 로손도 병원 등을 중심으로 120여곳에 설치할 예정이고, 미니스톱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1000여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 유통뉴스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말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는 NTT데이터와 함께 도쿄 롯본기에 시험용 무인디지털점포를 개점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시범점포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체험과 점포 운영에 관한 과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측은 "최신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무인화와 효율적인 점포의 운영을 통해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공장지역 등에서 가깝고 편리한 점포를 운영할 것"이라며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상품이 비어있거나 고객이 다른 곳에 갖다 놓아 위치가 바뀌더라도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감지해 정돈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생산성 향상 위해 불가피한 자구책" = 무인점포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중장기적으로 인력난에 따른 효율적 경영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기업이나 교육기관의 구내 식당 등이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안으로 무인판매기를 설치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무인점포는 경영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수익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8년 소매업의 노동생산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인당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소매업의 경우 연간 644만엔으로 전산업(794만엔)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존의 편의점업체가 번성했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거나 소멸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관리측면에서도 만성적인 인력부족 등으로 외국인 아르바이트 등을 사용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편의점 업계는 2019년을 정점으로 점포 수 등에서 규모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편의점 양태를 대체하는 무인점포가 급속히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로 무인점포가 확산되면 인력부족의 해소와 함께 경영의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아마존이 2018년부터 '아마존고'를 개설하고, 중국의 알리바바가 무인 식품 슈퍼점을 개설해 확대하는 등 무인점포가 갈수록 확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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