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초대석│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
"골목상권 온라인세상에 구현"
판교엔 '콘텐츠거리' 조성
"시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특정집단·직종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함께 살아갈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절박함에서 '일하는 시민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은수미(사진) 성남시장은 "1998년 IMF사태로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개의 국민'으로 나뉘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세 개의 국민'이 될까 걱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일자리가 아예 없거나 일을 해도 소위 비정규직보다 못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제정한 '일하는 시민을 위한 조례'는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한 프리랜서,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 배달라이더·대리기사 등 플랫폼노동자, 1인 영세 자영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시는 올해 10인 미만 영세사업체의 사회보험료 지원, 노동취약계층 유급병가제도 도입, 특수고용직 산재·고용보험료 지원, 플랫폼 노동자 민간상해보험 지원 등에 대해 노동정책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은 시장은 "누군가는 코로나19로 IMF 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을 텐데 '일하는 사람 조례' 등의 근거가 없으면 기부금법, 선거법 등으로 또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남 모란5일장 상인들은 지난해 20회 휴장했지만 '무점포' 상인들이어서 정부 지원금을 못받았다. 성남시가 종교단체와 기부금을 모아 1인당 15만원씩 지원한 게 전부였다. 올해는 일하는 시민조례 등을 근거로 시에 임대료를 내는 상인 545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원한다. 은 시장은 "정부 손이 안 닿는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려 해도 공직선거법, 기부금품법 위반 논란으로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다"며 "어쨌든 단 한명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시장은 이어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희생을 감내해 준 고마운 존재"라며 "골목상권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성남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생각이다. 성남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동수당도 지역화폐로 주는 도시다. 각종 정책수당을 포함하면 지난해 5000억원 가량의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에 풀렸다.
이와 함께 비대면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골목상권을 온라인상에 구현해볼 생각이다. 우선 올해 전국 최초로 지류·모바일 카드를 한데 묶은 '카드형 상품권'과 앱을 개발하고 자영업·소상공인을 선정해 쇼핑·배달서비스도 제휴한다. 수수료는 낮추고 지역화폐 온라인 결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은 시장은 "메타버스(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처럼 온라인 세상의 골목상권을 만들어보는 걸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올해로 '광주대단지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해 은 시장은 "50년 전 사건을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나온 50년 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각해보며 새로운 50년을 내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남에 거주하는 웹툰 작가들과 성남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은 시장은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와 관련해 "판교에 음악·게임 등 각종 콘텐츠 관련 특화시설물을 조성하는 '판교 콘텐츠 거리'를 만들고 e스포츠전용경기장, 게임콘텐츠특구와 연계해 시민에게 정서적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은 시장은 "시민의 삶을 보듬고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며 "모든 공직자들이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